“음식 메뉴도 똑같고 주인과 종업원도 예전 그 사람들인데, 간판만 바꾼다고 새 식당이 되나요?”(기자)

“주인과 종업원이 새 마음으로 일할 생각에 두 식당을 합치고 간판을 바꿨으니, 새 식당이 된 거나 다름 없죠.”(A국장)

20일 기자와 경제부처 A국장은 이런 문답을 주고 받았다. 물론 식당에 대한 얘기는 아니었다. 19일 출범한 청와대 직속 ‘양극화·민생대책 위원회’가 예전 조직의 간판만 바꾸고 ‘신장개업’한 것처럼 포장한 것 같다는 기자 지적에 이런 공방이 오간 것이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은 ‘양극화·민생대책 위원회’의 민간 위원장과 민간위원 25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는 행사를 가졌다. 장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거창하게 출범했지만, 사실 이 위원회는 이미 있던 두 개의 위원회를 합친 뒤 ‘양극화’란 단어를 넣어 이름만 바꾼 것이었다.

온갖 위원회를 남발했던 현 정부가 뒤늦게나마 정신 차리고 위원회 구조조정에 나선 것일까. 위원회 숫자가 하나라도 줄어든다면 반가운 일이긴 하다. 그러나 정권 말에 ‘양극화’ 간판을 내건 위원회가 출범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 눈길은 곱지 않다.

위원회 문제를 연구하는 B 교수는 “현 정부가 그동안 양극화 문제를 제기해 ‘정치적 재미’를 보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임기 말년에 ‘양극화’ 위원회를 내걸고, 새로울 것 없는 ‘로드맵(roadmap·정책구상)까지 다시 발표하는 이유가 대선(大選) 말고 무엇이 있을까”라고 했다.

새 위원회가 출범한다고, 새로운 인재를 등용한 것도 아니다. 이날 위촉장을 받은 민간 위원장과 민간 위원 25명 전원이 전에 있던 위원회의 직책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식당 주인이며 요리사·종업원이 다 같은 사람들인데 맛과 서비스가 달라질 수 있을까. 한번만 음식 맛을 보면 국민들은 진짜 신장개업인지, 무늬만 새 것인지 알아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