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비정규직 사태’가 20일 파업 21일 만에 공권력 투입을 통한 강제해산으로 막을 내렸다. 이에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이랜드 매장 불매운동 등 전면적인 투쟁을 천명하고 나서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노·사·정 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40분쯤 이랜드 노조원들이 불법 농성 중이던 이랜드 계열 홈에버 월드컵몰점과 뉴코아 강남점에 7000여명의 경찰병력을 진입시켜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 등 노조원 168명을 연행했다. 노조원들은 연행 과정에서 팔짱을 끼고 드러누워 저항했으나, 큰 불상사 없이 1시간여 만에 모두 연행됐다.

노조원들이 21일째 매장을 불법점거하며 극한 대립을 했던 이랜드 노사는 ▲3개월 이상~18개월 미만 근무한 비정규직 고용 보장(홈에버) ▲비정규직 계산원 외주화 조기 철회(뉴코아) ▲농성 사태로 빚어진 고소·고발 및 손해배상소송 취하(뉴코아, 홈에버 공통) 등에 대한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하고 19일 오전 협상이 최종 결렬됐었다.

이랜드 사태는 지난 7월 1일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되자마자 동시에 불거지면서,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여겨져 왔다. 노동부도 이런 점 때문에 이상수 장관이 직접 노사 대표를 만나는 등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시민단체, 대학생들까지 가세해 이랜드 사태를 비정규직 투쟁을 계속 이끌어가는 발판으로 삼으려는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강경 방침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랜드 사태가 노동계 전반이 개입하는 문제로 비화됨에 따라 점거농성을 강제해산한 것이 새로운 갈등을 낳는 불씨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강제해산 직후 전국 이랜드 매장 60여 개에 대한 불매운동과 매장 앞 집회 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비정규직 관련 투쟁을 계속 확대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진보적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이랜드에 대한 조직적인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이랜드 사태로 촉발된 비정규직 문제는 이들 노동단체의 개입으로 산업 현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함을 예고하는 셈이다. 이번에 이랜드 노사 간에 ‘비정규직 업무를 외부 용역으로 전환하는 것’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되 직무급 등을 적용해 기존 정규직과 급여 등에서 차이를 두는 것’ 등이 문제가 된 것도 그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이런 조치들은 모두 합법적인 경영 행위이지만, 이랜드 사태에서처럼 노조가 저항하면 얼마든지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는 항목들이기 때문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비정규직 보호법은 노사가 그것을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천양지차”라면서 “노조는 적절한 선에서 요구 수준을 낮추고, 기업은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해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