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난(湖南)성 둥팅후(洞庭湖) 일대에 20억 마리에 이르는 들쥐의 창궐로 인근 농가의 피해가 확산되자, 당국이 ‘들쥐 장성(長城)’ 건설에 나섰다.
호숫가 습지에 살던 들쥐들은 폭우로 둥팅후의 수위가 올라가자, 수천~수만 마리씩 떼 지어 인근 웨양(岳陽)등의 13개 마을 민가와 농경지로 밀려들었다. 쥐떼가 벼와 옥수수 줄기를 갉아먹으며 농작물을 싹쓸이하자, 주민들은 쥐약을 살포하고 몽둥이로 때려잡는 등 ‘쥐와의 전쟁’을 벌였다.
둥팅후는 면적이 3000(갈수기)~4000㎢(홍수기)로 중국에서 포양후(�陽湖) 다음으로 큰 담수호로, 장강(長江)의 수량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두보(杜甫)의 시 ‘등악양루(登岳陽樓)’에 나오는 악양루가 호숫가에 자리 잡고 있다. 역사와 예술이 서린 둥팅후에 왜 이렇게 많은 쥐들이 살게 되었을까. 중국 전문가들은 “자연적인 원인도 있지만, 사람의 잘못이 더 크다”고 말한다.
중국 후난대학(湖南大學) 생명과학원 덩쉐지엔(鄧學建) 교수는 장사만보(長沙晩報)와의 인터뷰에서 “첫째 원인은 최근 2년간 장사 쪽에서 유입되는 수량이 줄어들면서 둥팅후 호숫가의 밑바닥이 장시간 노출되어, 들쥐들이 번식할 시간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1998년 대홍수 이후 호수 주변 개간농지를 유수지(遊水池)로 되돌린 것도 들쥐 번식을 도왔다.
하지만 덩 교수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둥팅후에 서식하는 들쥐의 천적인 뱀과 족제비, 부엉이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여 생태환경의 균형이 깨진 점”이라며 “특히 뱀이 줄어든 것은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이 뱀 요리를 즐겨 먹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삼상도시보(三湘都市報)에 따르면, 후난성의 성도 창샤(長沙)에서는 하루에 약 3�(약 3000마리)의 야생 뱀이 식용으로 사라지고 있다. 창샤 시내에는 뱀 요리 전문 거리가 생길 정도로 뱀 요리가 유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뱀 한 마리가 12위안(元·약1440원)에 팔린다. 한 뱀 장수는 “여기서 파는 뱀은 야생에서 잡아온 것이기 때문에 영양이 풍부해 남자에게 좋다”고 현지 언론 기자에게 권했다. 야생 뱀은 볶음요리 등으로 손님 테이블에 오른다. 족제비와 부엉이 역시 농약 남용으로 죽거나 박제·의류(모피 혹은 목도리 등) 원료로 남획되어 수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
천적 감소는 심각한 생태계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중국 야생동식물보호협회 조사에 따르면, 뱀 한 마리가 1년간 잡아먹는 들쥐는 약 400마리에 달한다. 또 족제비는 1년 동안 약 300마리의 쥐를 먹어 치운다. 부엉이는 놀랍게도 하루에 4마리, 1년이면 약 1500마리의 쥐를 먹는다. 창샤 사람들이 1년간 야생 뱀 100만 마리를 요리해 먹는 바람에 연간 4억 마리의 쥐가 목숨을 구한다는 얘기다.
둥팅후의 들쥐는 지난 2005년부터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 올 들어 20억 마리로 불어났다고 중국 언론은 보도했다. 또 이런 상태가 앞으로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둥팅후 주변 지역은 7월 중순까지 대량의 쥐약 살포로 들쥐의 기세가 꺾였으나,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하고 있다. 농가의 가축들이 살포한 쥐약을 먹고 죽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웨양에서는 집에서 기르던 소 2마리가 들쥐가 갉아먹은 볏짚을 먹고 쥐약에 중독돼 죽었고, 100여 마리의 개와 1000여 마리의 고양이도 비슷한 원인으로 죽었다. 게다가 둥팅후 주변 22개 현(縣·한국의 군에 해당)의 호수 제방에 쥐들이 구멍을 뚫어놓아, 다가오는 여름 홍수기에 제방붕괴 위험까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