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용현·정치부

한반도 안보 질서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평화체제’ 문제를 놓고 통일부와 청와대가 연일 ‘코미디’ 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18일 금강산 방문 후 귀환길에 기자간담회를 했다. 그는 “정부가 조만간 (평화체제 관련) 제안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19일 민주평통 회의에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에 대해 적극적인 발언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청와대는 즉각 “장관 개인의 희망”이라고 했다.

19일에는 신언상 통일부차관이 정례브리핑을 했다. 그도 “다음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장관급회담과 평화체제 논의는 별개”라는 입장을 보였다.

통일부장관 발언→청와대 공식 부인→통일부차관 재확인→청와대 부정적 입장 표명이라는 우스꽝스런 일이 이틀 동안 벌어진 것이다. 머리와 몸통이 완전히 따로 노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외교부·통일부·국방부·국가정보원 등이 모두 참여하는 안보정책조정회의를 매주 열고 있다. 공식회의 외에도 수시로 업무 연락을 한다. 평화체제는 당연히 핵심 주제다. 평화체제는 어느 특정 시점에 내용을 갑자기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청와대 따로, 통일부 따로 현상이 나오는 것은 왜일까.

만약 통일부 장·차관이 조율되지 않은 내용을 “조만간 제의” 식으로 공식 언급했다면 ‘오버’를 한 것이고, 청와대가 여러 정치적 이유로 부인했다면 국민들에게 ‘거짓말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남북뿐 아니라 미국·중국 등 주변국과도 손발을 맞춰야 할 문제다. 북한의 비핵화 속도까지 감안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 내부에서조차 ‘딴소리’가 나오는 상황은 당혹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