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주인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글쎄. 그 표정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아주 나쁜 느낌이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세상 모든 사람이 자기보다 행복하다고 믿는, 그래서 시샘하고 저주하는 사람의 시선이랄까. 설마 그렇게까지야 했겠냐만서도 그때 그의 눈빛에는 그런 이해하기 어려운 사악함이 있었다.
고시원 주인은 내가 어떤 표정을 짓나 똑똑히 보겠다는 듯, 날카로운 눈길로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죽었어.”
“네?”
“그 아가씨, 어젯밤에 죽었어. 목을 매달았더라구.”
나는 나도 모르게 두 발짝 뒤로 물러섰다.
“방 손잡이 있잖아? 거기 목을 매달고 앉은 채로 죽었어.”
접시 물에 코를 박고도 죽는 게 인간이야.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검정 셔츠의 말이 떠올랐다. 주인이 소파에 앉아 있는 아베크롬비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래서 저러는 거야. 믿을 수가 없다고.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죽을 수가 있냐고. 남자 친구 같은데, 자기야 뭐 좀 당황스럽겠지. 그렇지만 뭐 유서도 있고 있을 거 다 있다던데, 아까 그 형사 말로는.”
“아…….”
나는 오직 그 말만을 내뱉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주인이 호기심에 가득 찬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마치 신처럼 느껴졌다. 나의 죄를 묻고 있는……. 나는 무릎을 세우고 고개를 파묻었다. 주인이 그런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위로인지 경멸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방값도 못 내는, 아니 자기 코가 석자인 친구가 무슨 남 걱정이야. 뭐 죽은 거야 안됐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리고 막말로 둘이 뭐 무슨 관계도 아니었잖아?”
그런데 뭘 그렇게까지 호들갑이냐. 주인은 그렇게 묻고 있었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글쎄요. 제가 왜 이럴까요?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진정시켜 가며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주인이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오늘이라도 방값 내면 오늘 또 나가는 방 있으니까 그 방으로 들어가면 돼. 어때? 오늘 가능한 거야? 아니면 창고에서 짐 빼줘야 돼. 한정 없이 그냥 놔둘 수는 없잖아. 짐은 자꾸 늘어나고.”
그러면서 주인은 입주자 현황이 기록된 화이트보드로 눈길을 던졌다. 내가 있던 703호에는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주인은 지우개를 들어 702호 부분을 지웠다. 김수희라는 이름은 오래 적혀 있었던 탓인지 잘 지워지지 않았다. 그녀는 도대체 얼마나 오래 이 고시원에서 살아온 것일까? 주인은 손목에 힘을 주어 빡빡 그 이름을 지웠다. 그리고는 내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는 그가 조금 전에 말한 ‘오늘 나가는 방’이 바로 그 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죄송합니다. 오늘 돈이 안 될 것 같아요. 다른 사람 주세요.”
나는 천천히 주머니 속에서 703호의 열쇠를 꺼내 주인에게 내밀었다. 주인은 어딘가 못마땅한 얼굴로 열쇠를 받아 책상 위로 던졌다. 나는 사무실과 연결된 창고로 들어가 내 짐을 가지고 나왔다. 노트북 가방은 둘러메고 트렁크는 손잡이를 빼냈다. 방을 나서는 내게 주인이 혼잣말처럼, 그러나 분명히 날더러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말했다.
“어쩐지 702호, 어젯밤에 유난히 서성대더라고. 들락날락하면서.”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설마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주인 말대로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었잖아. 그렇지만 왜 하필 내가 들어오지 않은 날, 이런 일을 저질렀단 말인가? 나는 도망치듯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소파에 앉아 울고 있던 남자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파란색 유한락스 통과 대걸레를 들고 7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