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려서부터 농사가 좋았다.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낸 전남 강진의 그의 집 주변은 온통 꽃밭이었다. 농사가 좋아 농업인이 되기로 미래를 꿈꾸었으나 의사였던 부친은 아들인 그에게도 의사의 길을 권했다. 의대를 졸업하면서 그는 다짐했다고 한다. ‘의사생활 10년만 하고 농사지어야지!’ 그리고 마침내 그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었다.
양주 덕계동에서 ‘윤홍식 정형외과’를 20년 째 운영하고 있는 윤홍식(54) 원장. 병원에서 본 윤 원장은 여느 의사들과 비슷해 보였다. 가운을 입고 환자들을 만나고 진료하고 간호사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그런 윤 원장이지만 그가 다른 의사들과 다른 점이라면 2000여 평 규모의 농장을 직접 관리한다는 점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찾아간 윤 원장의 농장은 사방이 온통 초록빛이었다. 그 초록빛을 배경으로 작업복에 흙 묻은 장화 차림의 윤 원장은 그대로 ‘농부’였다. 윤 원장의 안내를 따라 맨 처음 간 곳은 연을 실험재배하고 있다는 비닐하우스였다. 이곳에서는 연을 분재처럼 소형화하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곳을 나오자 자그마한 연못이 있었고 그 연못 속에도 역시 연이 있었다. 그 연못을 지나니 조롱박과 호박이 덩굴을 이룬 터널이 나왔고 덩굴 터널 오른쪽에 어른 키만큼이나 높은 억새풀이 풍성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맞은편에는 보리수도 있었다. 그 보리수를 지나자 연못을 가득 메운 연이 눈앞에 펼쳐졌다. ‘와’하고 탄성이 절로 터졌다. ‘많은 작물 가운데 연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원래 이곳이 수렁이어서 논농사가 적합하지 않았다”고 했다. 궁리 끝에 윤 원장은 그런 환경에 연이 적합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의 농장에는 연 외에도 살구나 자두, 대추, 복숭아, 배와 같은 과실수도 있었고 가시 오가피, 당귀 등도 있었다. 윤 원장은 “오전 5시에 일어나서 9시에 출근하기 전까지 농장을 돌봐요. 그리고 퇴근 후에는 남들처럼 쉽니다. 그리고 토요일은 5시에 퇴근해서 풀도 뽑고 농장 일을 보고 일요일에는 의사로서도 충실해야 하니까 세미나에도 참석해요”라고 했다.
윤 원장은 연꽃을 향한 그의 사랑을 혼자만 독점하지 않았다. 수확한 연뿌리(연근)로 갖가지 요리를 만들어 동네 어른들을 초대해 잔치를 베풀었고 2004년에는 연꽃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아 판매한 수익금 1000만 원을 불우 청소년을 위한 장학기금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그것이 출발이 되어 지금은 지인들과 뜻을 같이 해 ‘연꽃사랑장학회’를 만들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있다. 앞으로는 장학재단으로 더 키워갈 생각이라고 했다.
“농약 안 뿌리고 가급적 자연 그대로 농사를 짓다보니 우리 농장에는 보리새우, 반딧불이, 미꾸라지, 개구리, 두꺼비들이 자생하고 꾀꼬리, 파랑새, 백로, 왜가리, 청둥오리 등이 날아 와 알을 낳고 삽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그리고 이런 자연 현상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상생(相生)입니다. 이젠 벌레 한 마리도 함부로 죽이지 못 하겠어요. 농장에 심은 케일이나 청경채는 그들(벌레)에게 양보합니다. 더불어 살아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