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 오전 충남 천안시 목천읍 교촌 2리 야트막한 산자락에서 집 짓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갠 파란 하늘엔 잠자리가 날고 산 아래로는 푸른 논밭이 펼쳐진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LG전자 평택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10명과 LG전자 레츠고(Let’s go) 봉사단 소속 대학생 11명이었다. 한국해비타트 천안·아산지회에서 진행 중인 ‘사랑의 집 짓기’에 자원봉사를 나온 것이었다.

LG전자 광고 모델인 팝 아티스트 낸시 랭까지 가세했다. 한국해비타트는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어려운 이웃에게 집을 지어 준다. 하지만 무주택자로서 400시간 이상 봉사를 하고 20년에 걸쳐 집값(무이자)을 갚을 수 있는, 자립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만 집을 신청할 자격을 준다. 이곳에는 이미 4가구가 살 수 있는 2층 건물 3개동이 틀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LG전자 봉사단은 집 주변의 배수로 공사와 화단 정리를 맡았다.

20년째 이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권기철(44)씨의 곡괭이질 솜씨는 제법 능숙했다. 권씨가 굳은 땅을 파헤치면 동료들이 돌을 골라 내고 삽으로 흙을 퍼내 배수관이 들어갈 길을 냈다. “물이 잘 흘러가게 하려면 아래로 갈수록 조금씩 더 깊게 파야지.” “참, 그렇네요. 형님은 여기서도 베테랑이네요.” 권씨의 독려에 후배들이 화답했다. 삽질을 하던 윤영식(38)씨는 “회사일보다 몇 배는 힘들지만, 보람도 몇 배 커요”라며 씨익 웃어 보였다.

집 내부 공사를 맡은 팀도 있었다. 보강재를 말끔히 뜯어내 다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일이었다. 인사팀 이광훈(48)씨는 “누군가의 소중한 보금자리가 될 집이잖아요. 깔끔하게 마무리해 드려야죠”라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 일하고 있던 사무국장 김영(46)씨는 “누가 살게 될 지 모르지만 새 집에서 산다니 마음이 훨씬 가볍고 흐뭇하다”고 했다. 작년 여름 강원도 평창 지역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할 때는 수재민들 때문에 마음이 너무 착잡했다고 한다. LG전자 사회봉사단은 지난 2003년 발족한 이후, 매년 수해 현장으로 달려가 봉사 활동을 펼쳐 왔다. 대학생들은 쓰고 남은 배수관을 창고에 옮겨 놓는 일과 화단을 일구는 작업을 맡았다. 콘크리트로 된 배수관은 결코 만만한 무게가 아니어서 건장한 청년 넷이서 줄을 메고 함께 들어 옮겨야 했다. “전 딱 체질이라니까요.” 임동환(23·경기대 기계공학)씨의 힘 자랑에 모두가 웃었다.

화단의 흙을 고르고 있던 낸시 랭. 처음엔 어색하기만 했던 삽질이 제법 손에 익었다. 그는 피곤한 내색도 없이 열심이었다. 기나긴 여름 해가 어느새 기울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