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과학! 만화로 꾸며 보니 정말 재밌었어.”(나유경·3학년 6반) “어려웠던 과학이 슬슬 흥미로워지더라.”(우인지·3학년 6반) “말도 마! 난 ‘영화’를 주제로 잡았는데 갑자기 전도연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타는 바람에 온통 전도연 기사뿐이어서 스크랩하는 데 애를 먹었어.”(정진희·3학년 7반) “나도 나도! 70% 정도 만들었는데 스크랩북이 물에 젖어 버려서 그때부턴 새벽 3시까지 만들었다니까.”
지난 12일 대구 동구 신암동 아양중학교 동아리실에 모인 단발머리 소녀 12명은 쉴 새 없이 재잘댔다. 까르르 웃다가 손뼉 치며 맞장구를 쳤다. 학생들이 갑자기 “와~” 하고 환호했다. 박미선(45) 교사가 양손에 과자 봉지를 들고 교실로 들어선 것이다. 제1회 조선일보 NIE대회 대상(大賞) 수상을 자축하는 파티 자리였다. 박 교사는 “너희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축사’를 던졌다. 그러자 아이들은 “선생님이 안 계셨으면 아직도 신문을 어렵게만 느꼈을 것”이라며 한목소리로 외쳤다.
‘아양중 NIE 프로젝트’는 지난 5월 시작됐다. 조선일보에서 ‘NIE대회’ 공고를 본 3학년 도덕 담당 박미선 교사가 각 반마다 대회 출품 희망자를 모집한 것이다. 한 반에 1~2명씩 신청했고 각자 스크랩북을 샀다. 4절지부터 손바닥만한 공책까지 스크랩북 크기만도 천차만별. 하지만 박 교사는 학생들에게 일임했다. 학생들은 몇 차례 모여 주제 선정, 스크랩 방법 등을 논의하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박 교사를 찾아 궁금한 것을 묻는 정도가 다였다. 지난달 말 마감까지는 불과 한 달 반이어서 처음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 교사는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이 시간을 쪼개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일’낼 줄 알았다”며 웃었다.
신문은 어른들이나 보는 거라고 생각하던 중학생들이다. 별도로 NIE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닌 적도, ‘방과후 학교’ 활동을 한 적도 없다. 학생들은 “7월 초에 있는 기말고사 준비까지 시간이 부족했지만 신문 스크랩 재미에 빠져 헤어날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 학교에 NIE 바람이 분 것은 2005년 박미선 교사가 부임하면서부터다. 박 교사는 교과서에 나오는 사례를 신문에서 찾아 소개하고 학생들에게 의견을 나누도록 하면서 신문을 교재로 활용했다. 박 교사는 “집에서 읽는 신문은 공부처럼 여기지만 수업시간에 신문을 읽히면 노는 것처럼 즐거워한다”면서 “생생한 기사로 가득 차 있는 신문은 아이들의 가치관을 바로잡고 새로운 꿈을 만들어 주는 중요한 교육자료”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번 대회 출품으로 상보다 더 큰 것을 얻은 듯했다. 반이 달라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이였지만 스크랩 응모를 통해 모두 친구가 됐다. 반 친구들로부터 기사를 읽은 소감을 모았던 3학년 5반 ‘편집장’ 신임선양은 “평소 말 없던 친구들의 생각을 알게 돼 참 좋았다”고 했고, 3학년 10반 이춘희양은 “스크랩을 만들며 늘 엄했던 어머니와 대화가 많아지고 친해졌다”고 했다. ‘공부에는 왕도(王道)가 없다’는 스크랩북을 만든 박민정(3학년 10반)양은 “신문을 통해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