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는 오늘날엔 공포영화의 고전이자 최고의 미국 영화 가운데 하나로 꼽히지만 영화가 개봉될 당시 평단의 반응은 썩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치콕 자신이 직접 구상한 주도 면밀한 홍보전략-암시적이면서도 선정적인 방식으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코믹한 예고편, 당시로선 이례적으로 영화 상영이 시작된 이후엔 입장을 금지한 규정 등-이 주효했던지 80만달러짜리 이 ‘저예산 영화’는 미국 내에서만도 제작비의 10배가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또 개봉 직후 ‘뉴욕타임스’지에 혹평을 게재했던 평론가 보슬리 크로우더가 영화를 거듭 본 이후 히치콕에게 사과 편지를 보내고 이 영화를 그해의 ‘베스트 10’ 목록에 올린 일화도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되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게끔 혹은 보았다고 착각하게끔 만듦으로써 보는 이의 음란한 기대와 가학적 호기심이 충족되는 것을 자꾸만 지연시키는 히치콕의 연출은 유명한 욕실 살인 장면에서 정점에 달한다. 여기서 히치콕은 영화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무시무시한 심리적 거울을 스크린에 만들어낸다. 히치콕은 전라(全裸)의 여인의 몸에 수차례 칼날이 박히는 광경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기보단 (감쪽 같은 편집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연상케 한다. 당신이 본 모든 것은 사실 당신이 보기를 바랐던 것일 뿐이다. 끔찍한 것은 살인이 아니다. 진정 우릴 경악하게 하는 것은 그걸 지켜보고 있는 자의 내면을 기어이 적나라하게 비춰버리고야 마는 이 영화의 힘이다. 당신은 무엇을 보았습니까? 원제 : ‘Psycho’ 1960년, 109분, 흑백 영화. ★★★★★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