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가 제겐 천직이죠. 남들이 뭐라 해도 지금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대전시 유성구 신성동 대림산업 대덕연구소 앞 자동차정비소. 기름때가 묻은 정비복 차림으로 차량을 살피는 권기현(50)씨는 주변에서 알아주는 ‘이색 변신’의 주인공이다. 12년째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잘 나가던 연구소 소장자리를 박차고 나와 정비사로 직업을 바꿨다.

성균관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대학원에서 제어계측을 전공한 그는 1987년 한국타이어에 입사했다. 본사에 근무하다 1993년10월부터 3년간 대전에 위치한 계열사인 대화산기의 기술연구소장으로 일했다. 연구원 20명을 거느리고 타이어 생산설비 국산화 연구에 앞장서던 그는 1995년 여름 돌연 사표를 냈다. 평소 자동차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다 아예 정비업소를 차리기로 한 것.

“책상에 앉아있는 것보다 야전 스타일의 엔지니어가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결단을 내렸습니다.” 직장 동료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권씨의 이 같은 결정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만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의 고집을 꺾지 못해 묵묵히 따라준 부인(47)은 이제 정비소를 함께 운영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됐다.

그는 퇴사 후 6개월 가량 정비업소에서 실무 기술을 배운 후 정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정비업체를 차렸다. 현재 그가 관리하는 고객은 줄잡아 1500명. 대부분이 10년을 넘은 단골 손님이다. 오일이나 부품도 순정품을 고집하고, 한번 손대면 끝까지 책임지는 깐깐한 성격을 알기 때문에 고객들이 일부러 멀리에서 찾아온다.

그는 매월 16일과 30일을 ‘자가정비의 날’로 지정, 운전자들이 부품을 가져와 스스로 고치도록 유도한다. 정비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무료 제공하고, 정비 요령을 세심하게 알려준다.

“오지 산골에서 사소한 결함으로 차가 갑자기 멈춰섰다고 생각해 보세요. 운전자들이 기본적인 것은 혼자 고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그는 전 직장에서 외국출장을 자주 다니다 선진국의 자가정비 문화를 여러차례 목격하고 자가정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자동차시장 개방이 가속화되면 운전자 부담이 늘고 자가정비 필요성이 날로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외제차 전용 정비공장을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하고 싶은 일에 푹 빠져 있다는 사실이 가장 행복합니다. 한 번쯤 의미 있는 변신에 도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