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發制人(선발제인), 先手必勝(선수필승). 공격이 곧 최선의 방어라는 격언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든 대학별고사든 가장 최선의 대비방법은 출제의 경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출제될 문제를 미리 예상해보는 것이다. 답의 완성도는 언제나 문제의 구조와 성격, 즉 출제의도에 얼마나 부합하는가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이다. 통합논술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서도 보다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이번 시간에는 2008학년도 통합논술에서 출제가 예상되는 수리논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발문의 유형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수리논술은 다양한 인문·사회과학적 현상들과 자연과학적 현상들 속에서 규칙성을 찾아 이를 통해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나아가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서 모색할 것을 요구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수학적 개념과 원리들이 활용된다. 수학은 측정의 학문, 즉 양들간의 관계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들간의 관계에 대한 해석과 의미부여는 결국 사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논리적 추론, 그리고 창의적 발상에 달린 문제이다. 따라서 수리논술은 단순히 수학교과적 지식의 유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수리적 사고능력을 평가한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들어 2008학년도 대입 모의 논술고사를 실시했거나, 예시문항을 발표한 대학들의 수리논술 출제경향부터 살펴보면, 인문사회계열에서는 수학교과적 지식의 유무보다는 인문·사회과학적 현상들에 대한 수리논리적 해석능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주로 출제되었다. 자연계열에서는 과학적 현상과 소재에 수학적 개념과 원리를 결합한 '수리-과학통합형' 문항이 주를 이루었다.
일부 대학에서 수학교과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문항들이 출제되기도 했으나, 교과지식보다 통합교과적 문제해결 능력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통합논술의 취지를 감안한다면, 비중이 그다지 높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인문사회계열 수리논술은 언어-수리통합, 그리고 자연계열 수리논술은 수리-과학통합 유형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수학교과적 기본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를, 그 다음은 창의적 적용 능력을
수리논술은 수학교과적 지식이 필요한 정도에 따라 크게 '수학적 분석형'과 '수치자료 해석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수치자료 해석형'에서는 자료에 포함된 항목들의 관계와 수치의 변화 추이를 정확하게 파악해내는 것이 논제해결의 관건이 된다. 이에 반해 '수학적 분석형'은 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학교과적 지식이 필요한 형태이다. 다만 수학교과적 지식의 유무가 논제해결에 영향을 주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기본 개념들을 활용하는 수준에서 출제된다. 이러한 수학적 분석형은 제시문의 성격과 발문의 형태에 따라 다시 몇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기본 개념 이해 및 응용을 요구하는 형태
대개 일상생활 속의 친숙한 소재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간단히 말해서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문제상황을 주고, 수학적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적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2008학년도 서울대 모의논술 인문계열
●2008학년도 고려대 모의논술 자연계열
위의 두 문제는 사회현상에 대한 통계자료와 의료영상 촬영장비 중 하나인 CT를 통한 과학실험 과정에 대하여 수리적인 분석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의 논제는 ‘조건부 확률’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문제이고, 고려대의 논제는 ‘구분구적법과 정적분’ 개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고려대의 발표에 따르면 이 논제에서 평가하고자 한 것은 구분구적법의 적용과 정적분 정의에 대한 이해였음을 알 수 있다. 수식이 아닌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는 문항에 대해서 어려움을 느끼는 수험생들이 많은데, 이런 형태는 제시문의 내용과 교과에서 배운 내용을 접목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제시문을 한 줄씩 읽어 내려가면서 적용시킬 수 있는 수리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수능 수리영역의 문제들 중에서 문장으로 표현된 문제들과 수학 교과서의 읽기자료, 심화학습 문제 등이 좋은 연습 자료가 될 수 있다. 특히 수학교과서의 읽기자료에는 그 단원에서 배운 수학적 개념이 인문·사회·과학기술에 어떻게 응용되는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고, 간혹 제시문 그대로 출제되는 경우도 있다.
(2) 제시문의 분석을 요구하는 형태
지난 2월 실시된 연세대 모의 논술고사를 치른 수험생들 중에는 “제시문 속에 문제에 대한 설명이 모두 들어있지만, 도무지 무엇을 작성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라고 반응한 경우가 있었다. 제시문을 대충 훑어보고 논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시문에 풀이방법이 미리 주어지는 경우는 이전에 수시 논술에서 자주 출제되는 형태이며, 서울대 인문계열 예시문항 등에서도 출제된 바 있다. 수학 문제에 대한 풀이과정이 간략하게 언급된 제시문을 주고, 이를 보다 자세하게 풀어 설명하는 문제, 풀이과정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판단의 근거를 밝히는 문제 등이 해당된다.
●2008학년도 연세대 모의논술 자연계열
위 문제는 공식의 유도 과정을 주고, 수험생에게 그 타당성에 대하여 설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최근 수리논술에서 ‘타당성을 검토하라’는 발문이 들어간 논제가 10여 문항에 이를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형태이다. 중요한 것은 ‘타당성’이란 말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타당성’은 문제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만일 공식의 유도과정에 오류가 있다면, 그 이유를 반례 등을 통해 논증해야 하며, 공식의 유도과정이 타당한 경우, 고교과정에서 배운 여러 가지 수학지식-미적분 등-을 사용하여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수능 수리영역 문제에서도 이런 형태의 문제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른바 ‘개념 합답형’ 문제[ㄱ, ㄴ, ㄷ 오류 찾기] 또는 증명과정이 설명되고 있고 중간의 괄호를 채우는 형태로 되어있는 문제들이 그렇다. 공식의 유도과정을 스스로 증명해보거나 반례를 찾아보면서 공부한다면 충분히 대비가 될 수 있는 유형이다.
(3) 창의적인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형태
대학 측에서 요구하는 창의력은 2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개별 교과적 개념을 통합적·영역 전이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고, 둘째는 하나의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수학적 개념을 다양하게 적용하는 능력이다. 다음 중앙대 모의 논술고사 문항의 경우, 문제 6번과 7번에서는 문제 5번에서 평균을 이용하는 방법과는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 5번이 답이 있는 전형적인 수리논술 문제라면 문제 6, 7번은 답이 정해지지 않는 열려있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렇듯 열려있는 문제라고 하더라도 교과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하여 앞서 제시된 내용과의 비교를 바탕으로 답안을 작성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2008학년도 중앙대 모의논술 자연계열
창의적 사고력을 단번에 향상시키는 방법은 없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하지 말고 한 발짝만 더 떨어져서 문제를 음미하고, 다양한 방법에 대하여 고민을 하다 보면 서서히 창의적인 사고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수리논술을 잘 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발문의 형태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이는 출제자의 의도를 읽어내는 것에 익숙해진다는 의미와 같다. 수리논술도 논술인 이상, 언어적 표현을 통해 의도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중앙대의 경우에는 자연계열 논술 문제를 출제할 때, 5가지 표준화된 발문 형태를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대학별로 출제된 약 300여 개의 수리논술 문항의 발문방식 중에서 대표적인 것들을 살펴보자.
아래 표와 같은 질문형태는 최근 수리논술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는 형태이다. 여러 개의 제시문으로 구성되어 있는 문제에서 원리를 설명하는 제시문, 실제 사례를 설명하는 제시문 간의 연관관계에 대한 분석력과 적용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2번에서 ‘ⓐ의 논리’에 대해 논술하라는 의미는 ⓐ의 논리가 수리논리적 또는 과학적으로 보편 타당하다는 것에 대해 서술하라는 것이고, ‘ⓑ의 근거’에 대하여 논술하라는 의미는 ⓑ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일반적인 의미의 수학적 증명)을 하라는 형태이다. 서울대, 서강대, 중앙대의 논술 문제에서 주로 사용되는 발문형태로 앞으로 더 많은 대학에서 출제가 예상된다.
‘정답이 있는 질문+@’로 구성된 형태가 있다. 본고사식 풀이형 수리논술문항에서 최근의 서술형 논술 문항으로 바뀌면서 등장한 형태인데, 제시된 질문의 정확한 답을 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험생의 창의적 사고력을 평가한다. 서울대, 서강대 등에서 이런 형식이 출제된다.
다음 형태도 서술형 논술 초기에 등장했던 형태이다. 초기에는 단순히 풀이과정의 방법을 설명하라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조금 더 발전된 발문형태로 바뀌고 있다. 자신이 제시한 방법에 대하여 수리적인 근거를 들어 엄밀하게 설명(타당성)하라거나 제시문에 설명된 방법보다 자신의 방법이 효율적인 수리·과학적인 근거를 설명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또한 2가지 이상의 방법을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장·단점을 비교하라는 문제는 주의 깊게 음미해 보아야 한다. 연세대와 고려대를 비롯한 많은 대학들이 이런 유형을 선호한다.
다음 소개하는 경우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자주 출제되는 형태이다. 특히 함수나 수열급수에서 자주 등장한다. ‘어떻게 변화하는가’라는 질문은 함수를 결정하거나 수열의 일반항을 구하여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여주라는 것이다. 여기서 이용할 수 있는 수학의 강력한 무기인 그래프로 설명한다면 아주 훌륭한 답안이 된다.
‘오랜 시간이……’라는 형식은 수능에서도 종종 보이는 발문 형태인데, 수열의 일반항을 구하여 극한값을 구하거나, 점화식에서 n을 무한대로 보내어 ‘오랜 시간 후’의 상태에 대하여 설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