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발차기’와 함께 찾아왔다. 지난 8개월 동안 거침없이 시청자를 웃겼던 MBC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 오는 13일 막을 내린다. 돌이켜보면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속 좁은 할아버지와 걸신들린 아들, 잘난 척 하는 며느리와 잘 삐치는 시어머니, 나사 풀린 선생님이 단체로 나오는 이 시트콤은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은 “내 얘기 같다”며 울고 웃었다. 지구 어디에도 없을 법한 주인공들이 어떻게 시청자를 사로잡은 걸까. ‘거침없이 하이킥’은 대체 어떻게 우리를 웃기고 울렸나.

◆'쪼잔'하거나 '찌질'하거나

모든 캐릭터에겐 '결함'이 있다. 순재(이순재)는 한의원 원장임에도 불구하고 돈 몇 푼 타내기 위해 손자를 속이고, 속이 밴댕이다. 아이들과 게임을 하다가 지면 "게임 룰을 바꿔야 한다"고 박박 우긴다. 원장 사모님인 문희(나문희)는 '식모' 출신에, 며느리에 대한 콤플렉스 덩어리이고, 잘난 며느리 해미(박해미)는 술버릇이 아킬레스 건이며 남의 뒤를 캐는 습성을 갖고 있다. '짱' 윤호(정일우)는 머리가 나쁘고, 공부 잘하는 민호는 키가 작다. 미남, 연장자 같은 '상대적 강점'을 가진 사람은 대부분 치명적 결함도 함께 갖고 있다. 역으로 장식품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던 돌 지난 아들 준희는 '준희보살'이라 불리며 신통력의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들이 모두 결함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완벽한 사람은 이 시트콤에 아예 발붙일 수조차 없었다.

◆욕설과 화장실, 직설어법의 승리

깔끔한 척 하는 며느리 해미(박해미)가 싸놓은 변이 변기에서 내려가지 않는 것을 보고, 시어머니 문희가 고소해하는 것은 기본. 준하의 심한 방귀를 표현하기 위해 흩날리는 밀가루가 동원될 정도다. 비속어도 여과 없이 등장했다. “더럽고 추하다”는 비난에도 이런 장면들을 포기하지 않은 건, ‘거침없이 하이킥’이 욕하는 사람들조차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B급 유머’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기왕 망가질 바에야 끝을 보는 ‘무데뽀’ 정신도 공감을 샀다.

◆인간은 변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시청자들에게 조건반사를 가르쳤다. 정준하만 보면 “또 먹어대겠군” 하고 중얼거리게 되고, 박해미를 보면 “또 잘난 척 하겠군” 하게 된다. 성격은 운명이다. 앞으로 우리는 서민정이 TV에서 넘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 왠지 어색해 하고, 최민용의 다정한 모습을 보면 “반전이 있나”라고 중얼거리게 될지 모른다.

캐릭터들은 그러나 그들끼리 얽히고 설키면서 ‘먹이사슬’을 구성한다. 우유부단한 민용은 해미만 만나면 집요해지고, 폼만 잡던 윤호도 민정 앞에선 진지해진다. 이 먹이사슬 같은 촘촘한 인간관계의 그물망이 ‘거침없이 하이킥’을 입체적으로 만든 것이다.

◆치고 빠지고, 장르는 움직인다

어떨 땐 ‘스릴 킥’이고 어떨 땐 ‘멜로 킥’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대책 없이 몸으로 웃기는가 싶더니, 어떤 에피소드에선 미스터리 장르로 변신하고, 때론 활극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늘 똑같은 분위기로 가지 않고, 치고 빠지며 변주하는 이 시트콤은 “헷갈려서 못 보겠다”는 시청자들의 지탄도 받았지만, “파도타기 하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는 마니아들의 환호성도 함께 들었다.

◆그래도 눈물은 흐른다

자꾸 웃기만 하면 맥이 빠진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때때로 등장인물들의 진심을 끌어내 예기치 못하게 눈물샘이 터지게 만든다. 준하가 취직했을 때 온 가족이 잔치를 벌이던 장면을 기억하시는지? 다같이 축하할 때 “합격이 취소됐다”는 전화가 걸려오자, 식구들은 할 말을 잃는다. 방송은 불이 꺼진 거실에서 모두들 입을 다문 장면을 오래도록 보여준다. 웃음은 불꽃놀이처럼 사라지고, 침묵과 슬픔이 무겁게 깔린다. 웃기는 시트콤인 줄 알았던 ‘거침없이 하이킥’은 그렇게 시청자에게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일투성이”라고 이야기한다. 많은 시청자들이 “마지막회는 뜻밖의 비극으로 끝날지 모른다”는 추측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