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의 재난과 기아와 분쟁의 현장들만을 누비며, 극적인 삶의 모습들을 촬영해 온 프리랜서 사진기자 김주선(36)씨가 프랑스 ‘페르피냥(Perpignan)포토 페스티벌’에서 6 개부문의 그랑프리 중 하나를 수상했다. 전세계 관계자 18만명이 몰려드는 유명 보도사진전인 이 행사에서 김씨는 NGO 인권단체인 ‘케어’가 수여하는 ‘케어 인터내셔널 휴머니티 르포르타주’ 부문의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동양인이 이 부문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김씨는 오는 9월 6일 페르피냥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가하고, 현지에서 전시회를 열며 상금으로 8000유로(약 1천만원)를 받게 된다.

그는 전화를 통해 “프리랜서 일을 시작한 뒤 처음 탄 상이다. 너무 큰 상이어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주선씨의 수상작은 아프가니스탄의 스물여섯살 산모가 병원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합병증으로 사망하기까지의 과정들을 촬영한 10장의 사진이다. 김씨는 “아프가니스탄은 시에라리온에 이어 산모 사망률이 2위인 국가”라며 “27분에 한 명꼴로 산모가 죽어가는 이 나라의 열악한 환경을 전세계인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해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을 촬영하도록 허락해준 카마르와 가족들, 파이자바드 병원에 감사한다”고 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태국의 쓰나미 현장에서 아프가니스탄 오지까지, 지구촌의 ‘문제있는 현장’만을 누벼왔다. 그는 젊은날엔 미술학도였다. 하지만 1993년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그림보다 사진에 눈을 돌렸다. 김씨는 미국 뉴욕대학교(NYU)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잠시 미국에서 취재·사진기자로 활동하다가 미주리대에서 포토저널리즘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엔 세계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지난 2004년 말 뉴욕타임스지 1면에 실린 태국 쓰나미의 참상을 담은 사진이 김씨의 첫 ‘히트작’이다. 이후 그는 국내외 언론을 무대 삼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주선씨가 아프가니스탄에 들어온 것은 1년 전. “전세계가 주목하는 뉴스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힘든 점은 말할 것도 없다. 아프가니스탄은 대낮에도 여성 혼자 길거리를 걷는 게 위험할 정도로 여성 인권의 불모지인 데다가 지방으로 잘못 들어갔다가 홍수나 산사태로 며칠씩 헤매기도 한다고 그는 전했다.

“임산부가 병원에 가려면 4~5시간 당나귀를 타고 가야 하는데, 산사태라도 만나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힘든 건 취재원들이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 때입니다. 그래도 제 사진으로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릴 수만 있다면 지금 겪는 고생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씨의 머릿속에는 온통 일뿐이다. 가족과 주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위험지역에 가 있는 것은 “세계 유명 사진기자들과 함께 뉴스현장의 중심에 있고 싶어서”다. 그는 “운명은 알라신께 맡길 뿐”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