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브라운(Brown) 영국 총리(노동당)가 3일 ‘국민을 위한 더 나은 충복(忠僕)’을 선언하며 의회 권한의 강화, 지방 평민위원회 신설 등 개혁 조치와 함께 현대 영국에 걸맞은 성문(成文)헌법 제정의지를 밝혔다. 그는 또 국내외 안보문제를 총괄하는 국가안보회의(NSC)를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의회와 국민의 권한 강화=브라운 총리는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가진 의회(하원) 연설에서 "영국이 영국인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법률을 마련하고 성문화된 헌법을 가질지 여부에 대해 토론을 갖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며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성문헌법 제정의지를 표명했다.

영국 헌법은 판례와 국제협약, 의회 합의, 왕실특권(royal privileges) 등 조문화되지 않은 법률 즉 불문법(不文法)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 중 특히 ‘왕실특권’에 따르면, 총리와 내각은 의회 동의 없이도 ‘왕실’의 이름으로 전쟁을 선포할 수 있다. 브라운은 “그런 권한은 현대 민주주의에서 설 자리가 없으며, 영국인과 의회에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라운 총리는 “시민의 권리와 의무 그리고 정부와 의회, 국민 간의 권력균형 등에 대해 하나의 문서나 협약으로 법전화해 나가야 한다”며 “헌법적인 정리작업을 하는 것은 근본적이고 역사적인 전환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성문헌법 전환은 국민적인 합의가 이끌어졌을 때 비로소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역별로 평민위원회를 설립하는 방안과 함께 선거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낮추고 주말에 선거를 치러 투표 참여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브라운 총리는 또 “NSC의 창설은 영국이 테러 위협에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주고, 군(軍)·경(警)·정보·외교를 조정하는 기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침착한 테러 대응으로 인기 상승=브라운 총리는 취임 직후 발생한 일련의 차량폭탄 테러에 침착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지지율이 상승했다. 일간지 더 타임스의 여론조사에선 브라운 총리가 '강한 사람'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77%로, 한달 전보다 14%포인트 올랐다. '훌륭한 총리의 자격을 갖췄다'는 응답도 16% 포인트 오른 57%를 기록했다.

그러나 브라운의 정적(政敵)인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Cameron) 당수는 브라운의 개혁방안에 대해 “영국은 지속적인 변화가 요구된다”며 “권력은 여전히 내각에 집중돼 있고 의회 기능은 너무 약하다. 국민들은 아직도 의사결정에서 배제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