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깃발 아래 주검을 부여안고 울부짖는 여인, 길바닥에 쓰러진 시체들, 상처 받고 목을 비트는 말, 그리고 무심한 눈빛을 흘리고 있는 소….’

피카소의 〈게르니카〉에는 이런 참혹한 형상들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어서 보는 이의 속을 불편하게 한다. 에스파냐 내전 당시 공화제를 지지하던 피카소는 전쟁이 빚은 에스파냐 민중의 슬픔과 분노를 가로 7.8m, 세로 3.5m나 되는 거대한 벽화로 그려냈다. 그런데 에스파냐 북부의 작은 지방도시 ‘게르니카’에서는, 벽화보다 더 참혹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 피카소 '게르니카', 1937.

1937년 4월 26일. 마침 게르니카의 장날이어서 사람들이 많이 붐비고 있었다. 철시가 시작된 오후 4시경, 갑자기 하늘에서 굉음이 울리며 독일 전투기 편대가 나타났다. 그리고 놀라서 도망치는 시민들 머리 위로 총탄이 쏟아져 내렸다. 오후 내내 무차별 폭격이 이뤄졌다. 도시는 불타올랐다. 밤이 되자 게르니카 상공은 벌겋게 물들었다.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거리에는 불에 탄 시체와 잿더미가 쌓였다. 얼굴이 시커멓게 그슬린 사람들이 울먹이며 길에서 시체들을 치워냈다. 그러나 곧 파시스트 프랑코의 병사들이 나타나서 시체를 거두어 불에 태워버렸다.

에스파냐 내전이란, 1936년 2월 에스파냐 제2공화국 인민전선의 공화제정부가 들어서자, 그 해 7월 파시스트 프랑코 일당이 일으킨 내란을 말한다. 공화제정부는 정치와 종교 분리, 농지개혁 등의 정책을 내걸며 중산층, 노동자, 농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러자 교회, 왕당파, 귀족의 지지를 등에 업은 군부 파시스트 프랑코가 모로코 주둔군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킨 것이었다.

2년 반에 걸쳐 계속된 에스파냐 내전은 파시스트 반군과 인민전선 양측에 도합 100만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처럼 에스파냐 내전이 엄청난 희생을 치르게 된 것은 사회주의 세력과 독일, 이탈리아 등 국제 파시스트 연합 세력 간의 국제전 성격을 띠었기 때문이다.

이때 정치풍자 소설로 유명한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1903-1950)도 의용군으로 참가하였다. 그는 파시스트 반란군이 쏜 총탄에 맞아 목에 피를 흘리며 체험한 내전의 참상을 이렇게 적고 있다.

“…엄청난 충격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갔다. 통증은 없었지만 마치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격렬한 충격을 느꼈다. 동시에 온몸에서 기운이 쑥 빠지면서 마치 몽둥이에 세게 얻어맞은 듯이 아무 정신이 없었다. 나는 총탄에 맞았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조지 오웰은 그 체험을 바탕으로 ‘동물농장’과 ‘1984년’ 등 전체주의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담은 소설을 집필하였다. 두 소설은 나중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한편, 1939년 1월 파시스트 반군은 무력으로 바르셀로나를 점령한다. 그리고 3월 28일 프랑코 반군이 수도 마드리드에 입성한다. 이로써 내전은 독일·이탈리아의 풍부한 무기와, 국내 왕당세력의 물적 지원에 힘입은 파시시트 세력의 승리로 끝막음된다. 그리고 프랑코 독재정권이 탄생한다.

하지만, 내전의 참상은 피카소의 벽화 속에 아직 살아있다. 또 조지 오웰의 소설 속에서도 여전히 강력한 메시지를 발산하고 있다. 문학과 예술작품 속에 역사와 현실이 반영되어 있는 예다. 그렇다면 예술가는 현실을 어떻게 작품 속으로 끌어오는 것일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예술은 ‘인간의 자연적 충동인 모방에서 발생된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모방은 단순한 ‘현실 베끼기’가 아니다. 자연이나 사물, 사람이 지닌 성격과 감정 따위를 예술로 ‘전유(傳諭)’하는 것을 뜻한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것도 있고 추한 것도 있다. 숭고한 것도 있고, 비속한 것도 있다. 그것은 비극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희극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에 대하여, 프랑스 시인이자 비평가인 폴 발레리는 ‘사자는 양을 잡아먹고 소화해서 된 짐승’이라고 하였다. 모방과 창작에 대한 매우 함축적인 이 은유는, 화폭이나 원고지에 역사적 현실이 어떻게 담기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예술가는 역사적 현실을 작품에 반영한다. 물론 그들에게는 의도적으로 역사현실을 외면할 자유도 있다. 다만, 보편적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예술가라면 ‘에스파냐 내전’과 같은 현실을 비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예술가가 현실을 반영하는 원리는 바로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사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