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국경에서 30㎞ 떨어진 독일 북서부 니더작센주(州) 엠스란트의 뵐테(Werlte) 마을. 이곳에는 농민들이 세운 'EWE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있다. 축산 분뇨(소나 돼지의 똥·오줌)와 음식물 쓰레기로 전력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친환경에너지 분야에서 앞선 독일에는 크고 작은 바이오가스 설비가 2500개도 넘는다. 그 중에서도 뵐테 마을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규모가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데다 농민들이 투자하고 공장을 운영하면서 흑자도 내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기 때문이다.

#年20억원 매출, 2억원 순익


현지 농민 출신인 'EWE'의 프리드리히 슈니더스(Friedrich Schnieders) 공장장은 "함께 투자한 다른 농민들이 나를 공장장으로 추천하는 바람에 내 농사일은 다른 사람한테 맡기고 공장을 도맡게 됐다"고 말했다. '농민 공장장'과 외부에서 영입한 기술자 2명으로 굴러가는 미니공장이다.

매출은 짭짤하다. 이 일대 농가에서 나오는 하루 210t의 가축 분뇨, 그리고 90t의 음식물 쓰레기를 매일 트럭으로 수거해와 저온 살균한 뒤 발효조에 넣어 가스를 생성시킨다. 이 가스로 시간당 2.524MW의 전력을 생산한다. 매일 1555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이 전력을 전기회사에 팔아 하루 5000유로(약 625만원)씩 번다. 연간 320일 가동하니 연 매출이 160만유로(20억원). 매출의 10%(2억원)가 순익이다. 처리과정에서 나오는 유기농 액체 비료는 인근 농가들이 되가져가 사용하거나 근처 초지에 뿌리니 일거양득이다.

이 같은 성공에는 엠스란트 농민협회를 40년간 이끌어온 게오르그 크루제(Georg Kruse) 전 농민협회장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가난한 농촌의 농민협회를 이끌게 된 크루제씨는 이 지역을 더 잘살면서도 친환경적으로 개발할 방안을 줄곧 고민했다.

#독일엔 이런 설비가 2500개 


1997년에는 농민 1000명과 시민 300명의 투자금을 모아 풍력발전단지 6개를 조성하고, 2002년에는 바이오가스 플랜트 건설을 주도했다. 크루제씨는 "이 지역은 독일에서 단위 면적당 가축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라 가축 분뇨를 처리하는 것이 큰 고민거리였다"고 설명했다. 그전까지는 가축 분뇨를 그냥 밭에 뿌렸는데 냄새가 지독했고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았다. 크루제씨는 농민협회 차원에서 바이오가스 실험설비를 가동해 보면서 농민들을 일일이 설득해 나갔다고 했다.

바이오가스 플랜트 건설에는 총 550만유로(약 69억원)가 들었다. 농민 110명이 그 중 30%를 투자했고, 나머지는 은행 대출을 받았다. 슈니더스 공장장은 "2002년 공장을 지어 2004년부터 흑자를 냈다"고 말했다. 이익금으로 은행 대출도 갚아나가고 농민들에게 분배도 한다. 농민들이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덕분에 '에너기비르트(Energiewirt·에너지 기업인이라는 뜻)'라는 별칭도 붙었다.

이곳의 성공 사례가 주목을 받자 독일 에너지기업 엔비오(Envio)가 크루제씨를 기술 고문으로 영입하고, 뵐테 농민들이 세운 설비와 노하우로 수출시장 개척에 나섰다. 엔비오의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한국에도 들어온다. 경기도는 지난달 뵐테 농민들이 성공시킨 바이오가스 설비를 경기도에 짓기로 엔비오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