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만져봐도 될까요?”

‘2007 미즈코리아’로 선발된 35세의 ‘주부 몸짱’ 유미희 선수를 6월 26일 만났다. 소속 체육관인 ‘광명사회체육센터’에서였다. 실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뻔히 알았지만,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세요.”

그녀가 서슴없이 왼팔을 내밀었다. 검게 그을린 삼두박근이 탱탱했다. “남자들 근육하고는 좀 달라요. 아무리 해도 남자처럼 단단해지진 않거든요.”

그녀가 오른팔을 힘주어 구부렸다. ‘알통’이 계란만하게 부풀어 올랐다. “이렇게 힘을 주고 있으면 단단하지만, 힘을 빼면 말랑말랑해요. 보세요. 그렇죠? 그래서 여자 보디빌더의 경우엔 근육의 크기보다 균형미나 조화를 더 중시합니다.”

유미희 선수는 12살 딸과 8살 아들을 둔 어머니이자 주부다. 2007 미즈코리아 커플전 1위, 개인전(49㎏ 이하급) 1위, 그랑프리를 차지한 한국 최고의 여성 보디빌더가 됐지만 그녀도 한때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몸매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큰 아이를 낳고 나서였어요. 체중이 엄청나게 불어나더라고요. 걷잡을 수 없게 마구 늘어나더니 80㎏가 되었어요. (유 선수의 키는 157㎝, 현재 몸무게는 51㎏다.) 큰일났다 싶었죠.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1996년 운동을 시작하기 전의 유미희씨. 당시 몸무게는 80kg이었다.

유 선수가 ‘바벨’을 잡게 된 데는 남편 유승호(41)씨의 영향이 컸다. 그는 유미희 선수와 함께 이번 대회 ‘커플전’에 함께 출전한 보디빌더이자 트레이너다.

“남편이 웨이트트레이닝을 권했어요. 제가 결혼 전엔 에어로빅을 했어요. 사실 ‘한 몸매’ 했었거든요. 그런데 80㎏가 됐으니…. 살을 빼는 데는 유산소운동만 하는 것보다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함께 하는 것이 효과적이에요. 남편 권유에 따라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웨이트를 했더니 몸무게가 줄어들더라고요. 한 4년 정도 그렇게 하다가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했어요. 그때 사진을 보면 사람들이 믿질 않아요. 지금하고 너무 다르니까, 성형수술한 것 아니냐고. 호호.”

그녀가 어깨를 펴며 깔깔 웃었다. 검은색 민소매 셔츠 위로 떡 벌어진 어깨가 드러났다. 군살 한 점 없이 쪽쪽 갈라진 근육, 울퉁불퉁한 이두박근, 고무처럼 탄력 있어 보이는 삼두박근이 ‘여성 터미네이터’를 보는 것 같았다.

“혹시 딸이 징그럽다고 하진 않습니까?” 무례할 수 있는 질문을 다시 던졌다. “그런 얘기는 안 해요. 오히려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것 같던데요. 딸 아이가 저를 많이 도와줘요. 저보다 더 가정적이죠.”

웃음을 거둔 그녀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런 걱정은 해요. 아이 친구들이 ‘혹시 너희 엄마 남자 아니니’라고 놀릴까봐, 그게 좀 걱정이 되거든요. 다행히 그런 얘기는 아직 없지만….”

“아이 친구들이 그렇게 놀리면 어떻게 할 겁니까?”

“글쎄요, 아직은 그러지 않으니까….”

“따님이 보디빌딩을 하겠다면 도와주실 건가요?”

“본인이 원한다면…, 그럴 생각이에요.”

곤란한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졌다. “대중탕에도 가시나요?” 그녀가 답했다. “시합이 없는 비시즌에는 가요. 하지만 시즌엔 안 가요.”

“사람들이 쳐다볼 텐데…. 시선이 부담스럽진 않던가요?” 다시 물었다. 순간 그녀가 표정을 살짝 찡그렸다. 하지만 일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환하게 미소지으며 답했다. 표정 연기가 중요한 보디빌더. 역시 그녀는 프로였다.

“보는 것은 괜찮은데, 만지려는 사람이 많아서 그게 좀 그래요. 만져봐도 되냐고 묻고서 만지는 건 괜찮아요. 그런데 무작정 와서 막 만지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런 건 싫어요.” 그녀의 솔직한 답이 이어졌다. “우리 체육관 회원 중에도 ‘한번 만져보자’고 하는 분이 많아요. 호기심이 생기나 봐요. 호호. 그러다 몸 다 닳을라.”

“시즌에 대중탕을 안 간다고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시합날짜가 잡히면 석 달 정도 다이어트를 해요. 처음엔 지방을 집중적으로 빼고, 마지막 며칠간은 수분을 집중적으로 빼는 거죠. 지방과 수분이 없으면 근육이 더 선명하게 잘 나타나니까요. 그런데 지방이 너무 없으면 문제가 생겨요. 지방은 일종의 쿠션처럼 신체를 보호해주는 작용을 하는데, 프로 보디빌더는 이게 너무 없으니까 몸이 충격에 버티질 못해요. 조금만 부딪쳐도 금방 시퍼렇게 멍이 들죠. 그러면 무대에 설 때 어떻게 되겠어요? 그래서 시합을 앞두고는 사람 많은 곳에 가지 않아요. 대중탕도 마찬가지죠.”

그녀는 “보여주기 위한 근육”이라고 강조했다. “보디빌더들 겉보기엔 엄청 강인해 보이죠? 하지만 그건 무대용이에요. 일반인은 그렇게 하면 안돼요. 선수도 평소엔 그렇게 지방을 빼지 않아요. 건강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지방이 반드시 있어야 하거든요. 지방이 없으면 체온조절도 잘 안돼요. 그래서 대부분 선수들이 더위와 추위를 많이 타요.”

“수분을 빼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인가요?” 유 선수에게 물었다.

“체내에 수분이 없으면 근육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요. 그런데 수분을 빼는 게 그렇게 쉽진 않아요. 시합 전 2~3일 동안엔 음식을 말려서 먹어야 하거든요. 보디빌더들은 단백질 섭취를 위해서 닭가슴살을 먹는데, 시합 전에는 이것을 구운 뒤 말려 먹어요. 탄수화물 섭취를 위해 감자나 고구마도 많이 먹는데, 이것도 삶아서 말려 먹죠. 제 경우엔 이번 대회 전 이틀 반 동안 아예 물을 한 방울도 먹지 않았어요.”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얘기다. 실제로 프로 보디빌더는 보다 나은 근육을 위해 엄청난 고통을 참고 견딘다. 그들의 처절함은 평소 식단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비시즌에는 오전 6시30분쯤 일어나요. 그리고 사과 1개, 바나나 1개, 단백질 파우더 한 잔과 비타민제를 먹죠. 그리고 30분쯤 후에 탄수화물 섭취를 위해 감자 1개와 고구마 1개를 먹어요. 그리고 1시간 뒤에 고단백 저칼로리 식사를 하죠. 주로 닭가슴살을 먹어요. 그리고 2시간 뒤 닭가슴살과 떡을 한 쪽 먹고, 다시 2시간 뒤에 고단백 저칼로리 점심을 먹어요. 그리고 1시간 뒤 감자나 고구마 혹은 바나나 1개를 먹죠. 낮에 1시간30분~2시간 운동을 하고, 오후 4시쯤 바나나나 포도를 먹어요. 운동으로 손상된 근육을 빨리 회복시키기 위해서죠. 그리고 2시간쯤 후 저녁 식사를 하고, 다시 2시간 뒤 단백질 파우더를 물에 타서 한 잔 마시죠. 감자나 고구마 한 개를 먹기도 해요. 그리고 10시 취침 전에 단백질 보충제를 먹고 자요.”

하루 9끼 이상의 식사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양은 많지 않아요. 바나나 한 개, 감자 한 개 정도만 먹으니까.” 이렇게 식사를 하기 위해 그녀는 “365일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고 말했다.

“그렇게 특이한 방식으로 식사를 하는 이유가 있나요?”

“프로 선수는 배가 고프다는 느낌이 들면 안돼요. 공복감이 든다는 것은 몸이 영양소를 필요로 한다는 얘기거든요. 그 전에 영양을 공급해 주지 않으면, 신체는 근육에 있는 양분을 먼저 빼서 사용해요. 근육이 손실되는 거죠. 그래서 규칙적으로, 반드시 먹어야만 해요.”

“그렇게 제한된 식사를 하면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안쓰러워하진 않던가요?”

“평소엔 친정이나 시댁에 매주 가요. 하지만 시합이 잡히면 안가요. 먹는 것을 보고 걱정을 많이 하시거든요. ‘그렇게 먹어서 되겠느냐’고 안타까워하시니까. 친한 친구 하나는 저를 보고 울기도 했어요. 안쓰럽다고.”

"그렇게까지 해서 보디빌딩을 하는 이유가 뭐죠?" 그녀에게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좋으니까요. 제가 좋아하니까 하는 거죠. 그렇다고 수도사처럼 생활하는 건 아니에요. 1년에 2번 정도, 시합이 끝난 날은 맥주를 한 잔 하기도 해요."

깔깔 웃으며 답하는 유미희 선수. 그녀는 자기 주변엔 항상 먹을 것이 있다며 또 다시 깔깔 웃었다. 실제로 인터뷰 도중 유 선수는 바나나를 먹기도 했고, 닭가슴살을 권하기도 했으며, 단백질 보충제를 꺼내 보여주기도 했다. 목이 마르면 우유를 마셨다. 그녀에게 “혹시 남성 호르몬을 복용하진 않느냐”고 물었다.

“절대 하지 않아요. 그건 금기죠.”

"남자들과 함께 운동하다 보면 경쟁심이 생길 수밖에 없을 텐데요."
"저는 그런 마음을 버렸어요. 그래서 아직 다치지 않은 것 같아요. 보디빌더가 다치는 경우는 대부분 다른 선수와 무게 경쟁을 할 때예요. 저는 후배에게도 그렇게 말해요. 경쟁심을 버리고 몸을 사랑하라고."

유미희 선수는 “평소 이두박근 단련을 위해 아령 13㎏, 허리근육 강화 운동(데드 리프트)을 할 때 역기 160㎏을 든다”고 했다. 웬만한 남자는 헉헉거릴 수밖에 없는 무게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들보다 힘이 세진 않다”며 겸손해 했다.

음식을 철저하게 가려야 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하며, 항상 절제하며 살아야 하는 프로 보디빌더.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며 지내야 하는 그들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유미희 선수는 “밝히기 뭣하다”면서 조심스럽게 선수들의 연봉 질문에 답했다.

“프로 선수들이니까,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에요. 남자 기준으로 적게 받는 경우가 연 2000만~3000만원 정도, 많은 경우가 한 7000만~8000만원 정도 돼요.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시합 때 바르는 오일이 하나에 5만원 정도, 선탠도 해야 하고, 보충제도 복용해야 하고, 의상도 준비해야 하니까요. 남자 선수들은 실업팀에 들어가 후원을 받기도 하지만, 여자 선수에겐 그런 것도 없어요.”

“미즈코리아가 되셨는데, 상금은 얼마나 받았습니까?”

“상금이요? 상금은 없어요. 금으로 된 메달 하나 외엔 아무것도 없어요. 이건 순수한 명예예요. 하지만 괜찮아요. 보디빌딩을 하고 나서부터 한 10년간, 몸이 아파서 병원에 한 번 간 적이 없거든요.”

유미희 선수가 알려주는 뱃살빼기 비법

“조금씩 자주 먹고 걸어라”

“뱃살을 빼려면 근육운동, 유산소운동, 그리고 식이요법을 한꺼번에 병행해야 효과가 좋습니다.”

“뱃살 빼는 비법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유미희 선수는 망설임 없이 이렇게 말했다. “근육운동은 골고루 해야겠지만, 아무래도 복근운동에 치중하는 것이 좋겠죠? 포인트는 무조건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부위별로 나눠서 자극을 주는 것이에요. 윗배, 아랫배, 그리고 옆구리로 이어지는 부분의 3부위로 크게 나눠서 운동하는 것이 좋아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했다. “흔히 하는 윗몸일으키기는 윗배를 단련시키는 운동이에요. 윗배의 근육만 발달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아랫배가 나오게 되니까, 아랫배 운동도 함께 해줘야 좋죠. 윗몸일으키기를 할 때는 반동을 주지 말고, 그 부위에 최대한의 자극이 가도록 해야 해요. 아랫배 운동으로는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살짝 굽히고 다리를 들어올리는 것이 좋죠. 배의 옆쪽을 자극하고 싶으면 누워서 허리를 살짝 틀고, 그 상태에서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시선은 반드시 정면을 봐야 해요.”

“유산소운동이라고 하면 흔히 달리기를 생각하는데, 사실 뱃살을 빼는 데는 달리기보다 걷기가 더 효과적이에요. 지속적으로 해주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걷기는 달리기보다 피로감이 덜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계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식이요법이에요. 조금씩 먹되 자주 먹고, 기름기를 피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저 같은 경우엔 튀김이나 탄산음료는 아예 먹지 않아요.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라는 겁니다. 염분 섭취가 늘면 수분 섭취도 따라서 늘어나게 되거든요. 술이요? 알코올은 근육형성을 저하시켜요. 그러니까 운동을 하고 술을 마시면 운동효과가 떨어지게 되죠. 그럼 뱃살은 말할 것도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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