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외교위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 대해, 일본 정부는 ‘조용한 관망세’를 취했다. 중국과 국제인권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결의안이 하원 본회의에서도 통과될 전망이 높은데, 공연히 민감하게 반응해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미 의회 결의여서 코멘트할 생각이 없다”며 “4월 방미 때 나의 생각을 설명한 바 있다”고 말했다. 1993년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정부 대변인인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은 “일·미 관계는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본 주요 신문들은 결의안 채택이 미·일 관계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일본 내 보수파의 반발이 강해지고 ‘혐미(嫌美)감정’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면서 “강건한 일·미 동맹에 아킬레스건이 될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일본 정부가 앞으로 역사 문제와 관련해 지금과 같은 태도를 고집할 경우 외교 고립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미·일 관계의 바닥흐름에는 ‘불안’과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결의안 통과를 계기로 일본은 중국과 한국 사람들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끼친 피해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결의안 통과 소식을 이날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신랑망(新浪網) 등 중국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에는 “일본은 더 이상 핑계대지 말고 무릎을 꿇어라” “결의안을 통과시킨 미 의회에 경의를 표한다”는 내용의 글이 100여 건 게재됐다.

국제 앰네스티(AI) 미국 지부도 26일 수만 명의 여성들이 납치돼 일본군 위안소에서 성폭행되는 성노예로 살았던 사건을 “인간성을 유린한 범죄”로 규정했다. AI는 “전 세계 국가들은 미 의회를 따라서, ‘위안부’ 생존자들이 충분한 명예 회복과 보상, 재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일본 정부에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의안(H.R. 121호) 통과를 위한 각 단체들의 연합체인 ‘121 연대’는 “생존해 있는 ‘위안부’들이 정당하게 누려야 할 정의의 구현과 기본적 존엄성을 일본 정부에 알리는 주요한 메시지”라며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