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막 모내기를 끝낸 논에서는 개구리의 노랫소리가 요란하다. 수컷들이 짝짓기를 하기 위해 암컷을 애타게 부르는 울음소리다. 우리나라에는 모두 13종의 개구리가 살고 있다. 금개구리, 옴개구리, 산개구리, 무당개구리 등 다양한 이름이 붙어 있다. 이 중 ‘개골개골’ 하면서 우리 귀에 익은, 가장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는 개구리는 청개구리다. 논과 밭에 흔한 이 청개구리들의 짝짓기는 보통 컴컴한 밤중에 이뤄진다. 덩치가 큰 수컷일수록 암컷들에게 인기가 높은데, 암컷들은 수컷의 울음소리를 듣고 상대방의 덩치를 알아차린다.

이런 사실은 실험을 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수컷 청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녹음한 뒤 스피커를 틀었더니 암컷들은 ‘낮은 주파수’의 소리가 나는 스피커 쪽으로 몰려들었다. 주파수가 낮을수록 소리의 크기는 커지는 대신 높이는 낮아진다. 이런 낮은 주파수의 울음소리를 내는 수컷들은 다른 개체보다 상대적으로 더 덩치가 컸다. 큰북과 작은북의 소리를 들려줄 때 암컷들이 큰북 쪽을 찾아가는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이런 현상은 청개구리뿐 아니라 울음소리를 통해 짝짓기 경쟁을 벌이는 다른 개구리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덩치가 작은 수컷들은 자연히 암컷 개구리의 선택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성적(性的)으로 왕성해 짝짓기는 하고 싶은데, 상대방은 찾아오지 않고…. 위기에 처한 작은 수컷들은 파격적이고 교묘한 전략을 짜냈다. 노래를 부르지 않고 덩치가 큰 수컷에 기대 부수적인 이익을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의 한 학자가 황소개구리 실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울음소리가 작은 수컷들은 자기 주위에 있는 다른 수컷의 울음소리가 자기보다 두 배 이상 클 경우 더 이상 울음소리를 내지 않고, 큰 울음소리를 내는 수컷의 주변에 조용히 숨어 지내는 모습이 관찰됐다. 그러면서 수컷의 우렁찬 울음소리를 들은 암컷들이 모여드는 길목을 차단했다. 마침내 암컷들이 큰 수컷의 주위로 모여들자 조용히 숨어 있던 작은 수컷들이 암컷의 등에 훌쩍 올라탔다. 짝짓기에 성공한 것이다.

이 실험을 한 미국학자는 울음소리가 큰 수컷에겐 ‘소리꾼(caller)’이란 이름을, 소리꾼 주변의 수컷에겐 ‘곁다리(satellite)’란 이름을 붙였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요란한 요즘, 숨죽인 채 짝짓기 기회를 노리고 있는 이들 곁다리를 생각하며 논둑을 걸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