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과 수원 일대에서 통신망 영업을 하고 있는 이승호(39)씨는 하루 평균 60~70㎞를 운전하고 다닌다. 운전대를 잡는 시간은 3~4시간 정도. 이씨가 운전을 할 때 활용하는 정보는 '경험과 운'이 대부분이다.
"서울에서 운전할 때는 곳곳에 전광판도 있고 라디오에서도 어디가 막히고 뚫리는지 알려주는데 경기도에선 이상하게도 전광판 하나 보기가 힘들어요. 자주 다니는 길은 큰 문제가 없는데 낯선 곳을 갈 때나 사고나 공사로 길이 막히면 그냥 '재수 없는 날'이라 생각해요."
경기도 도로는 서울 도로에 비해 불친절하다. 서울 도심 주요 도로에는 곳곳에 소통 상황을 알려 주는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 운전 중 라디오나 휴대전화를 활용할 수 있다. 반면 경기도에선 고속도로와 국도를 벗어나면 교통 정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경기도 도로 1만 3476㎞ 중 교통정보가 제공되고 있는 구간은 932㎞에 불과하다. 이 정보도 도로공사와 건설교통부가 관리하는 고속도로와 국도 구간이 대부분이고, 경기도가 자체적으로 수집한 정보는 수원과 과천의 163㎞ 구간뿐이다. 이 때문에 전광판, 인터넷, 휴대폰도 경기도 지방도에서는 활용하기 어렵다. 문제는 경기도 곳곳에 동탄, 광교, 판교 등 신도시가 속속 들어서기 시작하면 도로 사정이 급속도로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똑똑한 도로' 만들기에 사업을 시작했다. 경기도는 9월부터 도시를 연결하는 주요 지방도와 서울과 연결되는 주요 도로에 CC(폐쇄회로)TV, 도로변에 설치하는 기지국(RSE) 등 각종 도로정보 수집장치를 설치해 차량 속도, 운행 거리, 등의 정보를 수집한다. 이 정보와 함께 경기도 31개 시·군, 도로공사, 건설교통부, 경찰청 등에서 받은 정보를 '경기도 교통정보센터'에 모았다가 운전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가공해 교통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능형교통체계(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 구축사업이다.
경기도 교통개선과 김대호 과장은 "ITS가 도입되면 운전자들은 도로 전광판, 교통방송, 휴대전화, 내비게이션으로 도로의 소통 상황을 확인하고 출발 전에 최적의 도로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면서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도로 몇 개를 확장하는 것보다 훨씬 큰 차량 흐름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TS가 구축되면 신호체계도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고, 교통사고도 줄이는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학계에서는 500m 앞에서 도로 공사를 하고 있어 차로가 좁아진다는 정보만 미리 알려줘도 도로 정체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경기도는 ITS를 경기도 전체 도로 1만3476㎞ 중 1284.3㎞ 구간에 대해 9월부터 공사를 시작한다. 2009년 4월까지는 분당·수서간 도로(분당~장지IC), 분당·내곡간 도로(분당~내곡IC), 지방도 309호선(과천시~화성시 봉담읍), 자유로(임진강~자유로 JC~서울 시계) 등 8개 구간(118㎞) 구간에 대해 첫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 구간에는 정보가 부분적으로 단절돼 있어 공사하면 효과가 높다.
이후 안양, 용인, 김포, 화성, 평택 등지의 주요 지방도에서도 시스템 구축할 계획이다. 교통개선과 박성환 교통기술사는 “대중화되기 시작한 네비게이션에 도로정보를 전송해 운전자의 고민 없이도 최적의 도로를 선택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선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앞으로 새로 만드는 도로에도 ITS를 설치할 계획이다.
118㎞ 구간에 공사하는데 사업비가 418억원 들어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막히는 도로를 확장하는 것 보다는 훨씬 저렴하고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명지대학교 교통공학과 손영태 교수는 “땅값이 낮은 한적한 지방에도 도로를 10㎞ 확장하면 보상비, 공사비로 수 천억원이 들어 간다”면서 “무작정 새 도로를 뚫고 확장하는 것보다 도로 정보를 운전자에게 정확하게 제공해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돈을 아끼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