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6일 발표한 기회균등할당제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엉성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제도로 저소득 학생들의 교육 받을 기회가 늘어나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간 학력 격차를 줄여 대학 경쟁력을 유지하게 하거나 지방대 공동화에 대한 대책 등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대학 경쟁력 저하막는 조치없어

우선 학력 격차를 좁히는 대책이 엉성해 대학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의 안에서 소외 계층 학생이 입학한 이후 학력 격차를 줄일 수 있게 하는 대책은 1학년 8개월간 2개 과목을 들을 수 있는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교수들에 따르면 이 정도로는 학업을 따라가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우리 학교도 농어촌특별전형으로 학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학생들을 뽑는데 최소한의 성적 기준이 되는 학생이 모자라 정원을 다 못 뽑는 해도 많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서울대의 경우 이미 지역균형선발 등으로 소외 계층을 비롯한 다양한 학생들을 뽑고 있으나 학생들의 성적이 정시모집 합격자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 제도를 급격히 실시하기보다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전국 150여개 대학 총장과의 토론회장에서 대학 총장들이 김신일 교육부총리의 대학경쟁력 강화방안 보고 내용을 듣고 있다.

이 제도로 들어온 학생의 실력을 끌어 올리기 위한 정밀한 제도를 대학이 구비해놓지 않으면 대학 전체적으로는 경쟁력 저하 현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교육부는 일반 전형보다 1~2등급 낮은 기준을 이들에게 적용할 방침이므로, 전체적으로 학력 저하가 일어날 수 있다.

이재용 연세대 교수는 “이 학생들을 위해 제대로 가르치려면 학생마다 맞는 단계별 보충 수업이 있어야 한다”며 “교원 확보부터 해야 하는 등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대학생 수 줄이던 교육부 정책 원위치?

이 방안은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 학생수를 줄여온 현 정부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기회균등 할당으로 입학하는 학생들은 수시나 정시 모집에서 성적이 좋은 학생들과 경쟁하지 않도록 ‘정원외(外)’로 선발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구조조정을 잘하는 대학에게는 지원금 867억원을 줘가면서 대학생 수를 줄였다. 저(低)출산 현상으로 학생이 줄어들고 대학이 파산하는 사태가 오기 전에 미리 대비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예산과 인원을 투입한 뒤 2009년까지 줄이는 정원이 5만946명이라고 교육부는 발표했었다. 이번 조치로 정원외 인원을 6만4000명으로 하면 대학의 학생수가 약 5만명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5년 구조조정 노력을 교육부 자신이 원상태로 돌려놔버리는 정책인 셈이다.

특히 정부는 제도를 2009학년도에 도입하지만 장학금 지원은 2008학년도에 입학하는 저소득층 자녀에게 곧바로 적용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2008년도에는 1484억원, 2011년부터는 매년 4971억원의 예산을 들이겠다고 말했으나 예산확보 문제는 추후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수도권 대학으로 학생 몰릴 가능성

지방 학생들이 기회균등 할당제로 수도권대학으로 몰려올 경우 지방 공동화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영산대 부구욱 총장은 이날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한 청와대 토론회에서 “이미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이 82%에 달한다”며 “인원을 정원 외로 함으로써 지방 학생들은 세칭 수도권의 일류대로만 지원할 것이 뻔하다”라고 지적했다. 비 수도권 대학은 지원자가 더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부 총장은 “정원 외인 농어촌 특별전형을 만들 때도 학생들이 농어촌 대학에 지원하길 기대했지만 오히려 대도시 대학으로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못 늘리게 막아 왔으나 이 정책으로 오히려 수도권 지역 대학의 대학생 수를 늘릴 위험이 있는 것이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물러난 뒤 실시되는 2009학년도 입시부터 이 방안을 적용하겠다는 데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대학관계자들은 “임기를 수개월 남겨둔 정권에서 왜 교육의 흐름을 바꿔놓는 정책을 쏟아내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