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얼마 전 노사모 총회에 보낸 메시지에서 “경제는 참여정부처럼 하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또 6·10항쟁 20주년 기념사에선 “(경제) 성장률 이외의 경제지표는 다 건강하고 성적이 좋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들을 들으며 참여정부의 경제 성과에 대한 인식이 어쩌면 이렇게 일반국민들과 다를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과반수가 탈당을 하고 범여권의 대선 주자들마저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노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눈치가 분명한 이 시기에 노 대통령의 자신에 찬 연설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더욱이 균형 발전, 양극화, 재정정책, 부동산정책 등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실정(失政)으로 지적하고 있는 정책들마저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는 모습은 아전인수적 억지 논리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경제 성과를 지표로 평가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 대표적인 지표로서 주가를 예로 들고 있다. 즉 성장률은 비록 낮았지만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이라는 논리이다.
그러나 한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를 성장률보다는 주가로 해야 한다는 논리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원론적으로 이야기해서 성장률이 받쳐주지 않는 주가 상승은 거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주가 상승은 최근 수개월 동안의 현상이며, 이 또한 전적으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덕분이라고 보기는 힘든 부분이 많다. 우선 주가 상승은 부동산가격 상승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이 그 근원이 된다. 즉 주가 및 부동산가격과 같은 자산가격의 상승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지난 수년간 한국의 자산가격 상승률은 경쟁 개도국이나 선진국들에 비하여 낮았던 것이 사실이며, 이는 상대적으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경쟁국들에 비하여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가 된다.
또한 주가나 부동산가격의 상승 등은 노 대통령이 그토록 보호하고자 하는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은 현상일 뿐이다. 이들 서민들이 갈망하는 것은 체감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이며, 이는 결국 투자 활성화를 통한 성장률 제고 이외에는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현재 잘 나가고 있는 첨단 산업들은 이전 정부에서 그 토대를 잘 닦아놓았고 참여정부는 관리만 하며 그 과실을 즐기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이전 정부의 토대를 모두 이어받았던 것은 아니다. 국민의 정부가 경제위기 이후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 놓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았으며, 작은 정부 및 민영화 정책들은 아예 취소되거나 실종되어 버린 지 오래이다. 특히 이와 같은 정책의 대전환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었으며,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이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저하시키는 큰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정책들이 차기 정부에서 빛을 발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참여정부가 물려 줄 문제점들을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특히 저하된 성장잠재력의 회복, 국토 균형 발전 및 팽창된 복지예산 등으로 인한 재정 압박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리고 우리의 소득 수준에 걸맞지 않게 비대해진 정부 및 공공 부문의 몸집을 줄이는 문제 등은 차기 정부뿐만 아니라 차차기 정부에까지 넘겨줄 수 있는 참여정부의 큰 부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들이 비록 그 처음 의도는 분배를 개선하고 서민들을 돕겠다는 좋은 취지였다는 것은 인정하나 결과적으로 분배와 성장 모두가 악화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이와 같은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국민연금법 개정 및 한미FTA의 비준과 같은 현안들을 매듭짓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