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철 출판팀장

광저우 최대 서점 ‘광저우고우쑤(購書)중심’은 시내 한복판 톈허루(天河路)의 고층 건물을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쓰고 있습니다. ‘주식입문과 기술’, ‘중국신주식투자자필독전서’ ‘중국신펀드투자자필독전서’…. 매장 안에는 온통 주식·펀드 투자 안내서같은 재테크 책이 널려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목록도 이런 책들이 휩쓸고 있습니다.

하지만 1위는 재테크 책이 아닙니다. 이중톈(易中天) 샤먼대 교수의 ‘삼국지 강의’(品三國下)가 단연 1등입니다. 위단(于丹) 베이징사범대 교수의 ‘장자심득’(莊子心得)이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홍콩에서 나오는 시사주간지 ‘아주주간’에 따르면, 상하이와 충칭, 청두, 선전 등 대부분의 도시에서 이중톈과 위단의 책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키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모두 TV강의를 통해 스타가 된 작가들입니다. 이중톈은 2005년 4월 중국 관영방송 CCTV의 ‘백가강단’(百家講壇)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초한지’를 강의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듬해엔 ‘삼국지’를 강의해 또 한번 이름을 날렸습니다. 이 강의들을 책으로 묶어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냈습니다. 얼마나 인세를 많이 벌었는지, ‘포브스’가 올초 발표한 중국 갑부순위 47위에 이중톈의 이름을 올렸을 정도입니다.

위단도 벼락스타가 된 인물입니다. TV프로그램 기획자이자 작가로 활약하던 위단은 2006년 10월 중국의 황금연휴인 국경절에 역시 ‘백가강단’에 출연해 일주일간 ‘논어’를 강의했습니다. 이 내용을 묶은 ‘논어심득’은 중국에서 250만부가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후속작 ‘장자심득’까지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논어’나 ‘장자’, ‘삼국지’ ‘초한지’ 같은 고전에 중국인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중국이 이제 웬만큼 먹고 살게 되자 자기 문화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1949년 사회주의 중국 혁명과 문화혁명, 개혁개방을 거치면서 계급투쟁이든, 먼저 부자가 되기 위한 투쟁이든 싸움에만 매달려온 중국인들이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TV강의’를 책으로 묶은 것이니만큼, 내용에 깊이가 있을 리는 없습니다. ‘논어심득’만 해도 공자를 처세술처럼 풀어낸 책이니까요.

중국 경제의 엔진 역을 하는 주강삼각주(珠江三角洲) 중심도시 광저우에 대형서점이 여럿 버티고 있고, ‘고전의 르네상스’를 이뤄내는 것도 현대 중국을 들여다보는데 빠뜨리지 않아야 할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