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기호씨

“문학에 대한 생각도 저희 세대는 선생님 때와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소설 쓰는 일이 굉장히 숭고한 일이라거나 숙명적인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소설집 ‘최순덕 성령 충만기’와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로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소설가 이기호. 선배 소설가 박범신 교수(명지대 문창과)가 진행하는 문학 대담프로에 출연한 그는 “소설을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소설집 ‘귀뚜라미가 온다’를 쓴 백가흠은 한 발 더 나간다. 그는 친절한 이야기꾼 같은 소설가가 되기를 거부한다. “저는 가끔 독자들에게 불쾌함을 요구합니다.”

2000년대의 이야기를 만드는 30대 젊은 소설가들이 한 세대 선배 소설가들과는 다른 그들만의 젊은 문학관을 공개했다. 소설가 박범신과 젊은 작가들의 대담을 묶은 ‘박범신이 읽는 젊은 작가들’을 통해서다. 이 책은 요즘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젊은 소설가 12명과 박씨가 문학을 주제로 나눈 논쟁적인 대담들을 정리했다. 그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 2005년 개설한 ‘금요일의 문학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에서 만났다. 두 소설가 외에도 김도언, 김도연, 김숨, 김종광, 김종은, 박성원, 손홍규, 심윤경, 오현종, 이신조 등이 대담에 참가했다.

▲소설가 오현종씨

이기호는 전 세대 작가들의 대세였던 참여문학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나가서 화염병을 던져야 한다거나 내 글이 화염병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강박관념은 없다. 내 글이 조국의 통일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도 물론 없다."

그들은 자신의 문학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사양한다. 소설집 '우리는 달려간다'를 쓴 박성원은 문학이 갖는 치유 기능을 피력하지만 그 목소리는 크지 않다. "문학이 어떻게 보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데, 가장 요긴하게 사용한다 해도 가위질 같은 걸 하다가 피가 났을 때 임시로 지혈하는 정도밖에 없는데, 그런데 종이책이 그렇게 아무짝에도 소용없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절대 억압하지 않는다."

문학의 의미를 따질 때는 목에서 힘을 빼는 그들도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지키려는 고집은 선배 소설가들과 다르지 않다. 소설가 김도언·김숨 부부는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의도적인 무관심을 가장한다"며 "서로의 소설에 대한 품평을 결벽적으로 자제한다. 안 그러면 거의 매일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편 ‘본드걸 미미양의 모험’을 쓴 오현종은 자신이 “언어로써 독자를 유혹하는 존재”라는 말로 독자와 소통하고 싶은 욕심을 드러냈다. 반면 장편 ‘달의 제단’을 쓴 심윤경은 “유목민처럼 방랑자가 되어야 하는 운명”이라는 비장한 작가관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