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계의 슈레기!”, “아무 의미 없어!”
배우 최민수를 흉내 낸 개그맨 죄민수가 퍼뜨린 유행어다. 이처럼 유명 연예인의 성대모사나 모창 혹은 CF 패러디물이 유행하는 것은 현대 대중문화의 큰 흐름인 포스트모더니즘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패러디 문화의 종합선물세트라 불리는 애니메이션 ‘슈렉’ 시리즈를 살펴봄으로써 포스트모더니즘의 양상을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주인공의 태생부터 살펴보자면 슈렉은 동화계의 아웃사이더였다. ‘슈렉 2’에 등장하는 요정 대모는 슈렉을 오우거(ogre: 영국 민담에 등장하는 식인 괴물)라 칭하고 어느 동화에도 공주와 괴물이 만나 행복해진 경우는 없다며 슈렉을 ‘동화계의 슈레기’로 취급한다. 하지만 슈렉 자신은 오히려 “먼 옛날, 공주가 왕자를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전형적인 동화를 쓰레기 취급한다. ‘슈렉 1’의 첫 장면, 화장실에서 동화책을 찢어내 휴지로 쓰는 장면은 이후 계속될 주류 가치에 대한 뒤집기를 선언하는 슈렉식 프롤로그라 볼 수 있다.
슈렉 시리즈에는 백설공주, 피노키오, 장화 신은 고양이 등 동화 주인공을 익살스럽게 비트는 캐릭터 패러디 외에도 할리우드, 스타벅스, 비버리힐스 같은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조롱과 풍자가 포진해 있다. 파콰드 영주가 사는 둘락 성을 보수적인 디즈니 동산에 비유하고 피오나 공주의 친정인 ‘머나먼 왕국’을 명품 숍이 즐비한 비버리힐스로 둔갑시킨 것은 소비 지상주의로 치닫는 미국의 대중문화를 풍자하는 공간의 패러디다. 1편에서 결혼식장을 박수·함성이라는 푯말에 따라 관객이 반응하는 방송 스튜디오로 꾸민 것이나 2편 무도회장을 아카데미 시상식장으로 대치한 것은 미디어에 길들여져 아무 의미 없이 행동하는 우매한 대중을 환기하는 상황적 패러디라 볼 수 있다.
최근 개봉한 ‘슈렉 3’에선 영국의 전설적인 아더 왕의 소년기를 중세 귀족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약골 소년으로 설정해 영웅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한편 이미 패러디를 거친 공주들-복잡한 남자관계의 소유자인 백설공주, 결벽증 환자인 신데렐라, 시도 때도 없이 누워 자는 기면증 환자인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 또 한 번의 뒤집기를 시도한다. 내숭떠는 노래로 적의 무장을 해제시키는 백설 공주, 유리 구두를 비수로 갈아 무기로 쓰는 신데렐라, 기면증으로 얼떨결에 경비대를 넘어뜨리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등 왕자의 도움 없이도 자신의 필살기로 스스로를 지켜내는 새로운 공주 캐릭터는 이미 1, 2편에서 패러디 된 공주들의 전형까지도 여지없이 깨부순다.
이처럼 슈렉 시리즈는 전설과 동화, 디즈니 애니메이션 그리고 전작에서 재창조한 캐릭터마저도 패러디의 대상으로 삼아 당연하다고 믿어온 권위, 익숙한(익숙해지려는) 관념을 깡그리 해체한다. 특히 신데렐라, 백설공주, 프린스 차밍(꽃미남 왕자) 같은 동화 속 주인공들을 엑스트라, 쓰레기 같은 존재로 밀어내고 동키, 슈렉 같은 동화 속 쓰레기, 별 의미 없던 주변부 존재들을 주인공으로 등극시킨 ‘슈렉’의 패러디 기법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탈 경전화, 탈 중심화, 탈 장르화 경향을 동시다발적으로 보여준 징후라 평가된다.
토론 거리
―‘슈렉’에 나오는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들은 왠지 이전에 보았던 인물, 상황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원전과 비교해 다른 점을 찾아보고, 제작진이 왜 캐릭터와 서사를 비틀고 뒤집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
―모방과 패러디의 차이를 살펴보고 패러디가 포스트모더니즘의 요체가 된 이유에 대해 논의해보자.
배경 지식 넓히기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은 포스트(post: 후기, 脫)와 모더니즘(modernism: 근대화, 근대주의)의 합성어로, 근대에 형성된 사상체계를 부정하고 탈 근대화를 추구하는 사상으로 해석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한마디로 인간 이성에 절대적 가치를 두고 사물을 주체와 객체라는 이분법적 관계로 파악했던 모더니즘에 저항하고 이를 넘어서려는 운동이다. 사회를 하나의 기준으로 통일하여 설명하려는 거대 담론을 거부하고 절대적 객관, 규격화된 표준을 부정하는 반면 다원성, 상대성, 개방성, 존재의 차이를 인정하며 해체와 변용을 강조한다. 과거 주변부에 존재했던 것들이 중심부로 이동하는 탈 중심화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문화적 측면에 있어서는 탈 형식화, 탈 장르화 특성과도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