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경남 밀양시 상남면 상남농협 2층 강당. 보건진료소 한 곳과 내과 개인병원 두 곳, 약국 세 곳이 전부인 이 마을에 서울대병원, 농협중앙회, 조선일보사가 공동으로 마련한 ‘농촌 순회 무료 병원’이 찾아왔다. 서울대병원 의사들이 ‘치과’, ‘피부과’, ‘정형외과’ 등 8개 진료과목 팻말을 내걸고 하얀 천막 안에 앉자, 진료시간 전부터 밀려든 할아버지·할머니들로 꽉 찼다. 이 지역에서 형편이 어려운 조손(祖孫)가정 위주로 선정된 50명이 이날 진료를 받았다.

▲ 서울대병원, 농협중앙회, 조선일보사가 공동으로 주최한‘농촌 순회 무료 병원’봉사단이 19일 경남 밀양시 상남농협을 찾아 마을 노인들의 건강 검진을 하고 있다.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박태순(78) 할머니. 할머니는 20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이후 지금까지 혼자 살았다. 형편이 어려운 아들들은 모두 따로 살고 있고, 이웃들이 가져다 주는 쌀과 반찬으로 끼니를 잇는다. 허리가 90도로 굽은 할머니는 이날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고 엑스레이도 찍었다. 할머니는 “나라에서 주는 노인 교통비를 모아 1500원이 되면 물리치료를 받으러 시내까지 나가곤 했다”며 “서울 의사선생님들이 여기까지 찾아와 약을 지어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웃 삼랑진읍에 사는 장동선(86) 할머니는 1년 전 찰떡을 먹다가 아랫니가 거의 다 빠져 버렸다. 남은 앞니 네 개로 간신히 밥을 씹고, 국물로 반찬을 대신했다. 할머니는 이날 “잇몸뼈까지 녹아내려 틀니도 할 수 없는 상황”이란 진단을 받았다. 그래도 할머니는 “멀리서 온 의사선생님에게 정확한 설명을 들으니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의료봉사에서는 이전에 없던 치과, 안과, 피부과 등의 진료과목이 추가되고 엑스레이 검사차량까지 동원돼 ‘작은 종합병원’을 방불케 했다. 봉사현장을 찾은 임정기 서울대병원 부원장은 “농촌이나 도서지방과 같은 소외지역의 경우 치과, 안과 등의 진료를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주민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번 무료진료는 도시의 직장인들이 병원에서 받는 건강검진과 같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날 무료 진료소를 찾은 이들 모두는 감기약, 소화제, 소독약 등이 담긴 가정상비약 한 상자를 선물로 받았다. 무료 진료는 21일 오전까지 2박3일간 총 2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