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가 18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해 내린 선거중립 의무 위반 결정은 11일 전에 내려진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지난번과의 차이점은 노 대통령의 사전선거운동 여부에 대해 당시엔 “미흡하다”고 한 반면 이번엔 “결론을 유보했다”는 점이다.

이번 결정의 정치적 의미가 지난 7일의 그것과 사뭇 다른 것은 여기서 출발한다. 노 대통령이 또 다시 같은 형태로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할 경우, 사전 선거운동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강력한 경고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노 대통령의 정치개입에 대해 사전 선거운동으로 판단하면 곧바로 검찰 고발로 이어진다. 헌법기관이 현역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으로 사법기관에 고발하는 사태는 ‘대통령 탄핵사태’에 버금가는 정치적 파장을 낳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11일 만에 다시 모인 고현철 중앙선관위원장을 비롯한 9명의 선관위원들의 표정에 강한 긴장감이 흐른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았다.

◆예상보다 길어진 회의

회의 시작 전, 선관위 관계자는 “회의가 얼마나 걸릴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오늘같이 매월 셋째 주에 열리는 정례회의는 1~2시간 안에 끝난다”며 그다지 오래 끌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후 3시 20분쯤부터 속속 도착하기 시작한 선관위원들은 지난 회의와 마찬가지로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논의해 봐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 선관위원은 “벌써 네 번째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에 대해 회의를 하는 것”이라며 “결국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일 아니냐”면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오후 4시 25분, 일부 선관위원들이 늦게 도착한데다 사전 티타임이 길어져 회의는 예정됐던 오후 4시보다 늦게 시작됐다. 선관위는 이날 4층에 위치한 회의실 근처로 취재진이 접근하는 것을 차단했다. 7일 회의 때 4층 복도를 개방하는 바람에 선관위가 공식 브리핑을 하기도 전에 회의결과가 외부에 알려졌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오후 7시 30분, 선관위원들이 저녁 식사를 회의장으로 배달시켰다. 예상 밖으로 회의가 길어지자 회의장 주변에서는 “노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면 회의가 빨리 끝났겠지만 이번엔 이전보다 강도 높은 제재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쟁점은 사전선거운동 위반 여부

이날 가장 큰 쟁점은 7일 회의와 마찬가지로 선거법 제60조, 제254조 제2항이 정한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 위반 여부였다. 지난 회의에서는 ‘사전선거운동으로 보기 미흡하다’고 결론 냈지만, 이번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본 뒤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회의가 오래 걸린 것은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선관위원 간 격론이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전선거운동 위반으로 결정되면 처벌 조항(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이 있는 것이어서 경고·고발 등의 강도 높은 조치를 수반하게 된다. 선관위가 7일 회의에서는 노 대통령에게 선거법 준수를 ‘요청’했지만, 이번엔 ‘촉구’란 표현을 사용한 것도 달라진 점이었다. 오후 10시쯤 쟁점 토론이 끝나고 결정문을 마무리, 330분짜리 회의는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