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16일 기자들을 만나 위장 전입 의혹에 대해 "자녀 교육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시간쯤 뒤 그의 선대본부는 "이 후보가 서울 압구정동에 살던 1977·1979·1981년에 세 딸을 같은 사립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려고 서울 남산동·필동·예장동으로, 84년엔 논현동에 살면서 아들의 다른 사립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당시 현대건설 직원의 서울 연희동 집으로 주소지를 옮겼으며, 1990년엔 이 후보 부인이 아들을 구정중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부인과 아들만) 압구정동 이 후보 친형 집으로 주소지를 옮겼다"고 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주민등록상 주거지가 옮겨진 일에 대해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자신은 알지 못했다는 느낌을 풍기는 語法어법을 사용한 것은 당당치 못하다. 물론 자녀 학교에 관한 일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흔히 부인이 나서서 하는 일이라 해도 이 후보가 그런 식으로 말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위장 전입은 주민등록법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범죄다. 30년 전의 일로 공소시효가 지났다 해도 결코 자랑스러운 일이 못 된다. 이 후보는 1999년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으로서의 준법 의식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자녀 입학을 위해 저질렀던 위장 전입을 '30년 전과 지금의 일반 국민의 상식적 준법 수준'에서 판단할 때 여권의 주장처럼 후보 사퇴까지 해야 하는 일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박근혜 후보측과 여권이 사립초등학교를 '귀족학교'라며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 그렇게 말하는 여권 실력자들의 자녀가 다니고 있는 미국 사립학교 비용은 그들이 '귀족학교'라고 하는 우리나라 사립 초등학교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비싸다. 박 후보와 가까운 친인척이나 참모들 중에도 자녀들을 자신들이 '귀족학교'라고 부르는 사립초등학교에 보냈던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도 둘러볼 줄 알아야 한다.
박근혜 후보측과 여권은 "사립학교는 주소지와 관계없이 추첨으로 입학이 결정된다"고, 이 후보측이 위장 전입의 이유로 자녀 학교를 든 데 대해 異議이의를 제기했다. 말하자면 부동산 투기 같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투기 지역에 들지 못하는 강북 지역으로만 주소지를 옮겨 다닌 이 후보의 위장 전입이 과연 박 후보측과 여권의 주장처럼 부동산 투기 때문인지는 더 따져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