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개그우먼 이경실씨가 이혼했다. 남편의 가정폭력이 원인이었다. 2004년 9월, 탤런트 최진실씨가 이혼했다. 역시 남편의 가정폭력이 큰 원인 제공을 했다. 연예인들의 사생활이나 TV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가정폭력. 하지만 남의 일일까?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05년 경기도 지역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건수는 총 2365건, 2006년에는 2588건, 올해에는 5월 31일 기준 1188건이다.
가정폭력의 원인은 무엇이며 해결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소년·가정폭력 상담소에서 가정폭력 사건을 총괄하고 있는 허수진(여·34·사시 44회) 검사로부터 몇 가지 사례와 해결방안 등을 들어보았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2003년 7월부터 소년사건·가정폭력 사건을 전담하는 상담실을 마련하고 20명의 전문 상담사를 배치해 1일 4명이 교대 근무토록 하고 있다. 허 검사는 가정폭력 소송당사자가 상담을 통해 개선이 가능한 경우 상담을 성실하게 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경우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상담 시간은 40시간이며, 안산 지역의 경우 안산시내 가톨릭 여성 상담소, 라블리 가정폭력·성폭력 상담소, 안산 시민의 모임 시민참여복지회 등 세 군데 전문 상담소가 전담하고 있다.
◆서로간의 이해 부족이 가장 큰 문제
허 검사에 따르면 안산지청의 가정폭력 상담사건은 2004년 61건, 2005년 115건, 2006년 257건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가정 폭력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남편의 외도가 가장 큰 원인이다.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부인이 남편을 추궁하다가 싸움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남편이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것. 그밖에 금전적인 문제, 남편의 폭음, 고부갈등 등 다양한 원인들이 있다.
허수진 검사는 가정폭력 피해·피의자들의 가장 큰 문제로 서로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꼽는다. 제 3자가 보기에는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이지만 부부간에 대화 자체를 하지 않아 갈등을 풀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남편이 젊을 때 춤바람이 났다는 이유로 10년간 대화도 안 하고 산 부부가 있었어요. 그 후에 남편이 또 바람을 피우자 폭력사건이 일어났죠. 불만이 있으면 묵히지 않고 대화를 통해 풀어갔어야 하는데 말이죠.”
가정폭력의 특성상 ‘집안 문제’라는 이유로 당사자들이 외부로 드러내기를 꺼려해 더욱 더 상습적으로 되풀이 되는 것도 문제다. 허 검사는 “가정폭력이 꼭 남성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상담소 업무를 맡게 되면서 아내의 가정에 대한 이해와 남편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상담을 통해 해결 가능해
허 검사는 “사이가 좋지 않아 매일 싸우던 부부가 가정폭력 문제가 사건화가 되는 바람에 상담을 받게 된 것을 계기로 잘 살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개별면담·집단상담 등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개설돼 있지만 최근에는 피해자와 피의자가 함께 교육받도록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해 생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아내를 술만 마시면 폭행하던 남편이 안산지청 상담소의 권유로 알콜 중독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식당일을 도우며 술을 끊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한국 남성과 재혼한 중국교포 여성이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과의 문제로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상담을 받은 후 전 가족의 관계가 개선된 경우도 있다.
허 검사는 가정폭력에 시달리지만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두렵다면 전국에있는 법무부 산하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기를 권했다. 이 곳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상담도 받고 있지만 이를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범죄피해자 지원센터’를 직접 찾아가는 것이 껄끄럽다면 전화로도 얼마든지 무료 상담이 가능하다.
허 검사는 “가정폭력의 경우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는 것도 좋겠지만 전문적인 기관을 통해 제3자의 조언을 들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주말에 개설된 상담 프로그램도 많으니 이벤트 삼아 부부가 손 꼭 잡고 가서 함께 상담을 받는다면 얼마든지 화목한 가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