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남편 등에 살포시 손을 얹어보세요.”

인천시 남구 주안동 인천여성복지관 세미나실. ‘행복한 부부대화를 위한 집단상담’을 시작하면서 강사가 입을 열었다. 세미나실에는 30~50대 부부 10쌍이 원탁에 둘러앉아 있었다. 아내들은 쑥스러운 듯 미소를 띠며 남편의 등에 손을 올렸다. “어때요, 따뜻하죠? 딱 1분만 그 상태로 있어볼까요?” 1분 후엔 반대로 남편들이 아내의 등에 손을 얹었다.

“부부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서로 감정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오늘은 서로의 체온을 한 번 느껴보시라고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강사인 박효숙 서울신학대 상담대학원 교수의 말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행복한 부부대화를 위한 집단상담’에 참석한 부부들이 강사의 강의를 듣고 있다. 허윤희 기자

‘행복한 부부대화를 위한 집단상담’은 건강한 가족보호를 위한 전문 테마교육의 하나로 여성복지관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10쌍의 부부들이 집단상담을 통해 부부갈등의 효과적인 해결방법을 알아보고, 부부간 부정적인 대화습관을 고쳐 친밀감도 높이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자는 취지다. 미리 신청을 받은 10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지난달 23일 시작해 오는 27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10시, 총 5회에 걸쳐 진행된다.

‘등 돌리면 남이다-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라’는 소주제로 열린 이날 프로그램에서 모여앉은 부부들은 돌아가며 자신들의 경험을 공개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 절망적인 경험, 갈등했던 이야기…. 그 때마다 박 교수의 ‘처방전’이 이어졌다.

한 아내가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말이 곱게 안 나가고, (남편에게) 울컥 화를 내게 된다”고 고백하자, 다들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최선을 다하는데, 아내가 알아주지 않을 때 섭섭하다”는 남편도 있었다.

“사랑을 폭포수처럼 쏟아부으면 뭐합니까.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상대가 받은 게 없다면 그건 ‘나만의 최선’이에요. 상대가 원하는 걸 찾아서 아내에게, 혹은 남편에게 맞는 ‘맞춤식 사랑’을 하셔야 해요.” 박 교수는 “사랑도 훈련이고, 행복도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대가 원하는 행동이나 말을 죽 적어놓고 그대로 실천해보고, 자기 요구는 적극적으로 상대에게 말하라”고 권했다.

“결혼의 사명은 각자를 외롭게 하지 않는 겁니다. 둘이 있다고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거든요. 함께 있을 때 외롭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박 교수는 “설거지하는 아내를 뒤에서 안아주고, 아침에 일어나면 손 한 번 잡아주는 것. 그런 사소한 행동 하나가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준다”고 했다.

오태환(53)·김윤숙(51)씨 부부는 “결혼 초기에 갈등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알고 있는 방법만 갖고 노력하는 게 최선이 아니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며 “부부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우고 싶어 신청했다”고 했다.

“우리가 그 전에는 싸우면 두 달동안 말을 안했어요. 이제는 서로 말하고 대화하는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알게 됐어요.”(부인 김씨)

“냉각기가 길어지면 골이 더 깊어지고, 서운했던 일만 자꾸 생각납니다. 여기 와서 다른 분들 얘기 들으면서 많이 느끼게 됐어요.”(남편 오씨)

박 교수는 “집단상담의 장점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통찰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여성복지관 김경자 관장은 “어느 부부에게나 갈등은 있기 마련인데 요즘엔 참지 않고 너무 쉽게 이혼을 결정한다”며 “부부간의 가치관, 성격 차이로 인해 생기는 심리적 정서적 갈등을 집단상담을 통해 풀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상담의 마지막 순서. 박 교수는 10쌍 부부들에게 서로 마주보고 이런 말을 건네라고 주문했다. “여보, 오늘 내가 당신을 위해 뭘 해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