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난달 11일 오후, 도쿄도(東京都) 분쿄(文京)구에 있는 쓰쿠바(筑波)대 부속 고등학교 생물 실험실. 1학년 학생 4명이 세포를 염색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다. 모든 수업이 끝나 다른 교실은 비어 있을 시간, 학생들이 오전 생물시간에 했던 실험을 더 진행시켜 보고 싶다고 요청하자 학교측이 실험실을 열어 준 것이다. 야마다 다케시(山田剛) 교사는 "교사들은 실험을 원하는 아이들을 언제든지 도와주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노우에 가즈노(1학년)군이 들여다보고 있는 현미경은 150만원짜리. 경남 함양 안의중학교에 있는 20년 넘은 현미경과 비교됐다. 기자와 동행한 춘천교대 이면우(과학교육과) 교수는 "우리도 저런 현미경을 갖춘 학교가 없진 않으나 쓰질 않는다. 학교 끝나면 자율학습 하거나 학원에 달려가기 바쁘니…"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손때가 묻은 실험설비를 잘 관리하고 있었다. 환기시설이 갖춰져 역한 냄새도 없었고, 학생 3~4명꼴로 배치된 실험대의 급·배수 시설과 배선처리는 완벽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쓰쿠바대 부속 중학교의 과학 교무실.
“선생님, 이렇게 결론을 내려도 되나요?”
아이들이 수시로 교무실을 들락거렸다. 쇼지 류이치(화학담당) 교사는 “실험은 준비에 시간이 걸려 정말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원리를 금방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신칸센(新幹線)으로 한 시간 걸리는 시즈오카(靜岡)의 공립 시즈오카고등학교. 사카타 가즈히로 교사가 지구과학실에서 홀로 실험을 준비 중이었다. 우리보다 더한 ‘입시 지옥’으로 유명한 일본. 시즈오카에서도 입시 명문고로 알려진 이 학교에서 과학수업은 제대로 되고 있을까?
“입시는 학생 개인의 문제일 뿐, 그것 때문에 교육 과정이 흔들리진 않습니다.”
이 학교 3학년은 10월 중순까지 매주 75분짜리 과학수업을 3개 들어야 하고, 단원이 끝나면 반드시 실험을 한다.
인근 시즈오카대학 부속 중학교는 과학수업에서 실험이 차지하는 비율이 50%가 넘는다. 노다 다다쿠니 교사는 “실험 주제를 정하고 다른 교사와 토론하다 보면 밤 10시 이전에 퇴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지난달 22일 싱가포르 북부에 있는 공립 앤더슨 중학교(Anderson Secondary School)의 3층 물리 실험실. 보안경을 쓴 두 학생이 레이저 광선을 이용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금속 표면을 확대한 모습이 모니터에 나타났고, 금속 위로 붉은빛 레이저 광선을 쏘아 나타나는 변화를 관찰했다. 웬디 탄 후이 잉(Wendy Tan Hui Ying·16)양은 “레이저 광선의 각도를 조종해 무늬도 새길 수 있다”며 ‘시범’을 보여줬다.
이들은 전교생 1440명 가운데 상위 10% 학생들로 편성된 특별속진반(Special Express Course) 학생이다. 스스로 연구주제를 선정하고, 고가의 실험장비도 신청만 하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또 그 수준에 맞는 실험교육이 제공된다.
“한국에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동일한 내용을 가르치는데….” 이 학교를 방문한 경상대 서혜애(생물교육) 교수가 말하자 로우 텡 홍(Leow Teng Hong) 교사는 “다른 수준의 학생에게 같은 내용을 가르치면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느냐”고 되물었다.
같은 시간, 2층 공동 실험실에서는 2학년의 실험 시험이 시작됐다. 보안경을 쓴 학생들이 널찍한 실험대 앞에 서서 가스버너로 실험관 안에 있는 물질을 녹이기 시작했다. 채점판을 든 교사는 학생들 사이를 오가며 실험하는 모습을 관찰해 점수를 매겼다. 서 교수는 “실험으로 학생을 평가한다는 것은 우리는 엄두도 못 낼 일”이라고 말했다.
미생물실험실과 화학실험실에는 원심분리기, 세포배양기, 물질분석기 등 대학에서나 볼 수 있는 고가 장비가 즐비했다. 포 문 시(Poh Mun See) 교장은 “교육청에 요청하면 어김없이 장비가 지원되고, 시설은 다른 학교에도 개방한다”고 말했다.
인근의 공립 앤더슨 고등학교(Anderson Junior College)에서는 1학년 904명 가운데 773명(85%), 2학년 802명 가운데 694명(86%)이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고 있었다. 수잔 령(Susan Leong) 교장은 “과학기술이 없으면 싱가포르의 미래도 없다”며 “국가가 생존 차원에서 과학교육을 지원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