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치는 앞으로 베이징대에 물어보라.’
최근 몇 년 새 중국 지도부에 베이징대(北京大) 출신 인사들이 약진하고 있다. 이들은 이과 중심의 명문 칭화대(淸華大) 출신들이 장악해온 중국 정계에서 급속히 자신들의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약진하는 베이징방(北京幇)… 당·정 차관급 이상만 57명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은 14일 "현재 베이징대 출신이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차관급 이상 직위에 57명 포진해 있다"고 전했다. 그 중 각 성(省)의 당서기와 성장, 중앙부처 부장(部長) 등 장관급 이상도 15명이나 된다. 후진타오 주석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 후보'로 꼽히는 리커창(李克强) 랴오닝성 서기를 비롯, 자오러지(趙樂際) 산시성 서기,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 등이 베이징대 출신이다. 또 리커창에 버금가는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리위안차오(李源潮) 장쑤성 서기와 궈겅마오(郭庚茂) 허베이성 성장은 각각 베이징대에서 경제학석사와 국제정치간부교육과정을 수료했다.
베이징대 출신들은 중국 정계의 세대교체도 주도하고 있다. 중국 고위 공직자의 연령제한이 장관급 65세, 차관급 60세인 데 비해 베이징대 출신 차관급 이상 57명 중 39명은 1950년 이후 출생자다.
◆왜 베이징대인가
베이징대의 부상(浮上)은 중국 사회의 변화와 관련돼 있다. 쉬샹린(徐湘林) 베이징대 정부관리학원 부원장은 “사회 각 분야의 이해관계가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인문사회과학적 바탕을 가진 고위지도자의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혁·개방과 함께 경제발전이 최우선시됐던 과거의 중국이 이공계가 강한 칭화대 출신의 ‘실무형’ 지도자를 필요로 했다면, 지금은 사회를 안정적으로 끌고 나갈 ‘조정과 통합’ 능력이 더욱 필요한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말 이후 중국 정계는 ‘만청정부(滿淸政府·칭화대 출신이 가득한 정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칭화대 출신들의 위세가 대단했다. 하지만 최근 황쥐(黃菊) 부총리 겸 상무위원이 사망하고 현직 중 일부도 연령문제로 퇴진하면서 칭화대의 독주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