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 앉아 있던 아이들이 링거 주삿바늘 꽂힌 손으로 책을 집었다. “엄마, 여기 매일 오고 싶어….” 뇌성마비 재활치료를 위해 입원한 연정이(7)가 말했다. 일본인인 어머니 후쿠모토 히로미(38·福本弘美)씨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연정아. 책을 보면 한글 공부가 돼서 엄마도 좋아.”
11일 오후 2시쯤 서울 신촌 세브란스어린이병원학교(교장 유일영)에 반가운 선물이 도착했다. ‘스쿨 업그레이드, 학교를 풍요롭게’ 캠페인에 동참한 두산연강재단(이사장 박용현)이 보내준 책 1000권이다. ‘바보 이반’, ‘내가 찾은 암행어사’, ‘한국사 바로보기’…. 깨끗한 새 책이 쌓이자 아이들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병원학교는 어린이들이 놀이와 수업을 하며 입원 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6년 전 문을 열었다. 병동 두 곳에 각기 6인 병실 하나 크기의 교실이 있다. 각 반에는 여기저기서 모으고 받은 책이 1500여권 정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반마다 500권씩 ‘새 책’이 왔다. 병원학교는 전국적으로 재정적 여유가 있는 큰 병원을 중심으로 모두 19군데 있다. 두산연강재단은 이번에 19군데 학교 전체를 비롯, 전국 29개 학교에 모두 1억5000만원어치 책을 지원한다.
“똑같은 책은 한 권도 없는 것 같아요.” 오른쪽 귀 연골에 염증이 생겨 2주 전 입원한 혜미(6)가 수줍게 웃었다. 귀에 붙은 붕대가 나비처럼 팔랑거렸다. 어머니 양재연(35)씨는 “2주는 더 있으라는데 책이 있어 덜 지겹겠다”며 “여기 와 있으면 보호자도 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유일영 교장은 “아이들은 외롭고 지루한 병원 생활에 지치기 쉽다”며 “새 책을 읽으며 공부가 뒤처진다는 불안감도 덜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산연강재단은 “어린이들이 책을 통해 꿈을 키우고 병도 이겨내길 바란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