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경선 후보에 대한 ‘BBK 투자 관련설’ 공격에 범여권 의원들도 가세했다. 제기되는 의혹도 그 동안 “‘사기꾼 김경준’과 친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정도에서 이제는 “주가조작과 횡령에 직접 관련된 의혹이 있다”는 수준으로 구체화됐다. 이 후보측은 “면책 특권 뒤에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지 말라”고 했지만 파장은 커지고 있다.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1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2001년 터진 김경준씨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에 이 전 시장이 대주주로 있었던 LK-e뱅크 계좌가 동원된 점을 들어, 이 전 시장 관련설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당시 김씨는 옵셔널벤처스 인수에 나서 2000년 12월부터 2002년 2월까지 100여 차례에 걸쳐 가장매매와 고가매수, 허수주문을 내는 방법을 동원해 주가조작을 했다”고 했다. 이 후보도 당시 LK-e뱅크 공동대표였던 만큼 주가조작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미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씨 재판부에 제출된 한국 검찰의 주가조작 사건 수사기록을 제시했다. 수사기록에 첨부된 범죄일람표에 LK-e뱅크 계좌와 BBK 계좌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후보측은 곧바로 반박 기자회견에 나섰다. 박형준 대변인은 “김경준씨가 LK-e뱅크 공동대표로서 자신이 관리했던 관련 계좌를 자신의 횡령과 주가조작 사건에 이용한 것이고, 그런 이유 등으로 김씨가 횡령죄로 고소되고 범죄인 인도 요청까지 받고 있는 것 아니냐”며 “김씨가 옵셔널벤처스라는 회사를 만들어 주가조작이 불거진 것은 이 후보가 김씨와 관계를 청산한 뒤의 일”이라고 했다.

◆사무실을 같이 썼다

박 의원은 또 이 전 시장이 대표이사였던 LK-e뱅크 사무실이 서울 중심가에 있는 모 생명보험사 빌딩 17층에 있었는데, “MBC 기자 시절 이 전 시장을 취재한 곳도 바로 이 사무실로 이 전 시장이 연루 가능성을 부인하는 BBK 사무실과 동일한 곳”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근거로 이 전 시장을 임차 명의인으로 해 작성된 LK-e뱅크 사무실 임대차 계약서를 제시했다.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도 대정부 질문에서 “이 전 시장이 BBK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수사기록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측은 그러나 “김경준과 LK-e뱅크 사업을 시작하면서 김씨가 이미 입주해 있던 사무실을 편의상 같이 썼을 뿐, BBK와 LK-e뱅크는 별개 회사”라며 “김경준과 회사 관계자들 스스로 당시 금융감독원과 검찰 조사에서 ‘BBK는 이명박과 무관하다’고 했다”고 당시 진술서 등을 공개했다.

◆김씨와의 또 다른 ‘동업 회사’ 있었다

박영선 의원은 또 “이 전 시장은 당시 ‘EBK증권중개’라는 회사도 김경준과 함께 설립했다”며 “이 전 시장은 1대 주주로 35억원을 투자했고, 김경준이 30억원을 투자, 이명박의 큰형 이상은이 9억원, 이명박의 처남 김재정이 9억원, 에리카 김이 9억원을 투자했다”고 했다.

이 전 시장측은 “EBK증권중개 회사는 LK-e뱅크를 동업할 당시 인가 신청만 하고 설립되지 않았던 회사”라며 “내인가 상태에서 김경준의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서 내인가를 자진 반납하고 관계를 정리했던 회사”라고 했다.

◆김경준과 개인적 관계

이 전 시장측도 김경준과의 개인적 친분이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 이 후보 본인도 “당시엔 김경준을 훌륭한 금융전문가로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사기꾼’이었고 이 후보 자신도 김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2000년 2월 ‘LK-e뱅크’를 김씨와 동업해서 차리고 2001년 4월 김씨의 불법 행위를 알고 관계를 청산할 때까지다. 그 기간과 직후에 김씨는 이 후보와의 동업 관계를 ‘명함’이나 ‘사진’ ‘기사’ 등으로 곳곳에 활용했다. 이 전 시장은 그 이후에도 김씨와의 금전적·법률적인 문제가 얽히면서 공문도 주고받고 소송도 걸리면서 지금까지 김경준 관련 의혹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