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야생식물 씨앗 보관 창고인 영국 ‘밀레니엄 시드 뱅크(Millennium Seed Bank)’가 보관하는 씨앗이 드디어 10억개를 돌파했다. 10억번째 씨앗은 지난달 22일 냉동보관된 아프리카산 대나무 옥시테난테라 아비시니카(Oxytenanthera abyssinica)의 씨앗.
“지구 온난화, 남벌 등의 영향으로 야생식물의 씨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시드 뱅크 책임자 폴 P 스미스(Smith) 박사는 “기후 변화 등으로 멸종 위험에 처한 식물들을 방치하면 인류는 토지 황폐화, 물 부족 등에 시달릴 수 있다. 밀레니엄 시드 뱅크는 후손들을 위해 보험에 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엔 126개국에서 수집된 씨앗 1만 8000여 종이 냉동 상태로 잠들어 있다.
이곳 씨앗들은 상업적으로 쓰일 수 없도록 각국과 협정이 맺어져 있다. 100년 뒤에 필요한 곳들에 뿌려져 지구를 푸르게 유지하는 것이 씨앗 보관 목적이기 때문이다.
시드 뱅크가 주로 수집하는 씨앗은 아프리카 야생식물 종자. 환경보호 인식이 낮은 이곳에선 식물 멸종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씨앗 보관의 의미도 그만큼 크다. 나미비아, 보츠와나, 케냐, 탄자니아 등에서 들여오는 일부 종자는 50~60년에 한 번 열매를 맺는 경우도 있다.
중국산 종자도 있다. 중국 담당자인 차이제(菜杰)씨는 “2005년부터 중국 정부가 야생식물 종자를 보내오고 있다”며 “현재 중국산 약 300종이 들어와 있다”고 했다.
시드 뱅크에는 식물학 박사 31명 등 총 90여명이 종자 수집과 분석·보관 업무를 수행 중이다. 현미경을 들여다보던 직원 콜린 웹(Webb)씨는 “깨알만한 씨앗 중 속이 비어 있거나 벌레 먹은 씨앗을 일일이 현미경으로 가려내야 하는 만큼 인내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밀레니엄 시드 뱅크는 2010년까지 세계 야생식물의 10%에 해당하는 3만종의 씨앗을 보관하고, 2020년에는 4만5000종으로 그 규모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