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민의 딸입니다. 농사를 짓듯 충직하게 일하고, 더 튼실한 알곡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는 농민의 성정이 오늘의 나를 이끌었다고 생각해요.”

우이(吳儀) 부총리와 함께 중국의 여성 파워를 상징하는 구슈롄(顧秀蓮·70)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이 ‘제4차 한·중 여성지도자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6일 서울에 왔다. 짧은 커트머리에 하늘색 치마정장을 곱게 차려 입은 그는 수다스럽고 ‘귀여운’ 할머니였다. 장쑤성(江蘇省) 성장, 화학공업부 장관을 거쳐 부총리급인 전인대 부위원장에 오른 비결을 묻자 손으로 입을 가리고 “호호호” 웃기부터 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직한 그의 리더십은 성장 과정에서 형성됐다. ‘장녀는 집안의 기관차’라는 말을 듣고 자란 농부의 딸. 동생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16살 때부터 공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거들었는데, 이때 주경야독하며 심양기계전과학교를 졸업한 게 성공의 발판이 됐다.

건국 이래 첫번째 여성 성장(도지사)이 되어 인구 6000만 명의 장쑤성에 부임했을 때 관료들이 불신의 눈길을 보낸 것은 물론이다. 엘리트 출신도 아니었고, 게다가 47살의 여성이었으니! 그러나 그가 성장으로 일한 8년 중 6년 동안 장쑤성의 경제성장지수는 중국 최고를 기록했다.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 80%를 넘어섰을 만큼 여권이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그가 주석으로 있는 전국부녀연합회는 여전히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을 상대로 교육하고 일자리를 마련한다. 농촌 여성을 돈으로 사서 도시 남성들에게 파는 행위를 공안부와 함께 적발하는 일에도 앞장선다.

“자존·자신·자강·자립, 이 네 가지 정신을 가져야 여성도 성공할 수 있으니까요. 요즘 젊은 여성들은 좋은 자동차를 가진 부자 남편을 얻기 위해 애쓴다는데, 자기 일 없이 그저 부자 남편만 만난다면 나중에 반드시 문제가 생깁니다.”

하루 6시간 잠을 잔다는 이 부지런한 할머니는 수학자인 남편 사이에 공무원으로 일하는 큰아들, 사업하는 둘째 아들이 있다. “소황제처럼 자녀를 지나치게 사랑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하는 그는 “남자들도 음식을 만들어보고 아이를 키워봐야 생활이 다채로워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