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5년 전 콜롬비아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였다. 아빠는 그 엄마를 지난 5년간 억류해 온 콜롬비아 최대 반군인 무장혁명군(FARC)의 조직원. 3년 전 이들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났다. 아이의 이름은 ‘에마누엘(Emmanuel).’
뉴욕타임스(NYT)는 3일 최근 FARC로부터 탈출한 한 경찰관이 FARC의 근거지인 콜롬비아 동남부 밀림지대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 소년의 소식을 전하면서 콜롬비아가 충격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콜롬비아인들은 오랜 내전이 낳은 ‘야만성’의 산물(産物)로 에마누엘을 받아들이고 있다. 인질로 감금 중인 상황에서 출생한 아기가 다시 반군 조직에서 키워지는 국가 현실에 대한 ‘자기반성’이다. 콜롬비아에는 지금까지 반군과 범죄 조직에 의해 3100여 명이 납치·억류돼 있으며, 작년에만 92명의 어린이가 납치됐다.
에마누엘을 낳은 여성은 2002년 콜롬비아 대선에서 산소(oxygen)당 부통령 후보였던 클라라 로하스(Rojas·44). 그녀는 그해 2월 러닝 메이트였던 대통령 후보 잉그리드 베탄쿠르(Betancourt)와 함께 선거유세를 하다가 FARC에 의해 납치됐다.
에마누엘의 ‘존재’는 지난해 출판된 한 언론인의 책에서 처음 소개됐지만, 이름이나 구체적인 생활상이 소개된 적은 없었다. 당시 이 책은 로하스가 ‘자발적으로’ 반군 조직원과 관계를 가져 아이를 출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가 최근 FARC를 탈출한 한 경찰관을 통해 에마누엘의 소식이 전해졌다.
이 경찰관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에마누엘은 반군의 근거지인 콜롬비아 동남부 밀림지대에서 반군 게릴라들의 손에 자라고 있으며, 토착 인디오 소년처럼 자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FARC에게 납치된 두 남자가 아이의 옷을 바느질해 주고, 이들이 에마누엘을 엄마에게 데리고 갔다가 데리고 온다”며 “아들을 보게 해달라는 엄마 클라라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고 말했다.
FARC는 일반적으로, 조직원과 인질 사이의 ‘신체적 접촉’을 금하고 있다. 콜롬비아의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NYT에 “(에마누엘의 출산에) 성폭행이 관련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감금 상태의 여성은 외부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마누엘의 아버지는 직위에서 쫓겨났거나, 살해됐다는 소문도 돈다.
콜롬비아의 유명 소설가인 엑토르 아바드 파시올린세(Faciolince)는 “에마누엘이 학교도 못 다니고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고 만약 죽는다면, 콜롬비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야만적이고 더러운 최악의 국가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