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를 깔고 앉아 운전하며 세계일주를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진 러시아 남성이 30일 한국에 왔다. ‘러시아화장실협회 회장’인 블라디미르 목수노프(Vladimir Moksunov·51)씨. 화장실 문화를 더 깨끗하고 쾌적하게, 더 위생적으로 바꾸자는 ‘화장실 혁명’의 취지를 온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 준비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

세계화장실협회(창립총회 조직위원장 심재덕·국회의원)는 오는 11월 서울에서 창립될 예정인 비영리 민간 단체. 조직위원회 측은 “이번 이사회에 온 11개국 20여명의 ‘화장실 운동가’들 중 가장 재미있는 사람이 목수노프씨”라고 소개해 줬다. 그는 입국하자마자 “한국 가정집에서는 어떤 변기들을 쓰는지 궁금해서” 변기 가게부터 찾아간 사람이다. 30일 만난 목수노프씨는 운전석에 변기를 설치해 ‘토일렛 카’(Toilet Car)로 개조할 승합차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에 열을 올렸다. 그는 “러시아 핀란드 스웨덴에서 중국 일본까지 20여개국을 돌면서 화장실 문화에 관해 홍보하고, 창립 총회에 맞춰 한국으로 들어올 계획”이라고 했다. “내 토일렛 카는 러시아 우주선 화장실의 정화원리를 적용해 밖으로는 깨끗이 정화된 가루만 배출될 뿐, 유해물질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목수노프씨의 이력은 다채롭다. 첫번째 전공은 음악이었다. 대학(college)에서 아코디언 연주를 배웠다. 그러다 1990년대 페레스트로이카(개혁) 바람이 불면서 대학교(university)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는 졸업 후 모스크바 거리 곳곳에 가판대를 만들어 주는 사업을 하다가 ‘화장실 운동’에 눈돌렸다. “가판대 점원들의 첫번째 고통이 ‘화장실이 없는 것’이더군요. 그때부터 공중화장실들을 만들기 시작했죠.”

그는 아기를 안고 다니는 엄마가 이용할 수 있도록 ‘베이비 시트’가 붙은 화장실부터, 여자친구가 볼일을 보는 동안 남자 친구가 문 밖에서 버튼을 눌러 음악까지 들려주는 화장실까지 온갖 화장실들을 만들었다. 대중들 반응이 좋자 목수노프씨는 아예 화장실 설계업자로 직업을 바꾸고 2001년 러시아화장실협회를 세웠다.

“화장실은 정화소(淨化所·purifying place)지요. 몸과 옷 매무시는 물론, 영혼까지 깨끗이 하는 곳입니다. ‘행복한 화장실’을 가지는 건 인간의 기본권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화장실을 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