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로 들어오는 그녀 모습. 턱은 15도 정도 곧추세워져 있었고, 45도 각도로 완벽하게 뻗은 코끝은 마주 앉은 상대의 눈높이를 향해 있었다. 당장 한복으로 갈아입혀 가채만 얹으면, 6월 6일 개봉할 영화 ‘황진이’에서 “기생년을 이렇게 어렵게 품는 사내가 어딨답니까~!”라며 큰소리 치고 가는 도도한 장면이 재연될 듯하다.
―영화 찍으면서 5㎏이나 빠졌다고 들었다.
"원작(홍석중의 '황진이')을 충실하게 따라가다 보니 장면(scene)을 엄청 많이 찍었는데, 편집된 게 많아 안타까웠다. 아마 다 담았더라면 내용 전개에 대한 설득력이 더 많았을 텐데. 감독님 의견을 충실히 따랐고, 역량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크게 후회되는 것은 없었다."
―'16세기에 살았던 21세기의 여인'이라는 모토를 내세웠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결국 '놈이'(유지태) 때문에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것 같다.
"놈이 때문에 모든 일이 일어나는 게 원작의 주요 틀이다. 하지만 분명히 황진이도 놈이에게 끌려만 다니는 여자가 아니다. 영화 중반까지는 놈이를 증오하는 게 드러난다. 서화담을 만난 후부터 '명월'이든, '황진이'든 무엇으로 살든 인생은 다를 게 없다는 진리를 깨닫고 놈이를 더욱 포용하게 된다."
―'파랑주의보' 이후 두번째 영화인데 꽤 많은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
"제의가 들어온 것 자체가 마냥 반가웠다. 그동안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만 들어 왔었는데, 그러다 보니 별 성취감이 없었다. 두번째 영화에서 너무 큰 역할을 맡은 게 아닌가 고민되기도 했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안될 것 같았다."
―'송혜교표 황진이'를 말한다면?
"예전 황진이는 요부 느낌이 많았던 것 같다. '인간 황진이'를 놓고 봤을 때, 사랑에 아파하고, 지켜내는 모습에선 우리 영화가 훨씬 더 황진이에 가까운 것 같다. 감독님이 처음부터 이건 '멜로영화'라고 하셨다. 공감하니까 몸이 알아서 연기한 것 같다."
―진짜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언제인가.
"데뷔한 지 11년이 됐다. 초반엔 '연기자'에 대한 꿈이 많지 않았다. 모델로 시작, 미니시리즈 작품이 들어오니까 열심히 했다. 욕심보다는 그냥 맡겨졌기 때문이었다. 드라마 '올인'이 끝나고 '햇빛 쏟아지다(2004)'라는 드라마를 했는데, 처음으로 연기의 즐거움을 느꼈다. 거칠고 남성적인 면을 연기하는 게 재밌었고, 감독님에게 의견을 표현하는 것도 그때 처음 해봤다."
―자신의 연기에 점수를 매긴다면.
"아직 '배우적 이미지'가 부족하다. 노력중이다. 영화 초반에 대사가 약간 꼬인 부분이 있었다. 나중에 다시 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됐다고 하시더라. 생각해 보니 이미 아씨에서 '명월이'로 변해버렸기 때문에, 다시 했다면 아씨의 풋풋한 느낌이 살아나지 않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