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9일은 ‘다르푸르의 날’이었다. 이집트 아래쪽 아프리카 최대 국가 수단, 그 서부지역 다르푸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학살 4주년을 맞아 세계 35개국에서 ‘피의 모래시계’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모래 대신 피가 담긴 모래시계를 들고 “더 이상 시간이 없다. 다르푸르 곳곳에서 피가 물처럼 흐르고 있다”고 외쳤다. 2003년 수단 정부가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를 투입해 시작한 학살로 지금까지 40만명이 죽고 난민 200만명이 발생했다.
▶영국은 1956년까지 수단을 통치하면서 북부의 소수 아랍계를 이용해 남서부의 다수 아프리카계를 다스렸다. 독립 후에도 아랍계 지배가 계속되자 기독교나 토착종교를 믿는 아프리카계가 정부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수단은 이런 남북갈등으로 이미 두 차례 내전을 겪었다. 2003년 다르푸르의 흑인 무장단체들이 정부기관들을 공격하자 정부가 진압에 나서면서 ‘21세기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 ‘아프리카의 홀로코스트’가 시작됐다.
▶다르푸르 사태는 종교보다 인종 갈등 쪽이다. ‘말을 탄 광인’이라는 뜻의 ‘잔자위드’는 “아랍의 피를 아프리카에 이식하겠다”며 강간과 인신매매를 일삼고 있다. 그러나 인권단체와 유엔, 세계 언론이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대학살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나서였다. 르완다 내전으로 95만명이 죽었을 때도 국제사회가 조금만 더 일찍 손을 썼으면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는 비판이 컸다.
▶부시 대통령이 그제 다르푸르 학살을 중단시키기 위한 경제 제재를 내놓았다. 수단 국영기업들과 학살에 관여한 수단 정부 관계자들의 미국 기업·은행 거래를 금지하는 조치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주장하지만 중국은 반대한다. 중국은 석유 수입의 10%를 수단에 의지하는 데다 유전개발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제재보다 투자로 경제를 살리는 게 해결책이라고 맞선다.
▶아프리카엔 수천 혈통의 부족과 1000개 넘는 언어가 있다. 이집트 역사학자 파티마는 “1만 인종그룹이 서로를 인정하고 살아가던 아프리카를 유럽인들이 50개국으로 잔혹하게 통합했다”고 했다. 아프리카 속담에 “사람은 세상을 만들고 숲은 상처와 흉터를 안고 살아간다”고 했다. 열강들이 세워놓은 국경과 체제에 갇혀 신음하고 피흘리는 자신들의 운명을 내다본 예언 같다.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이 맞서는 사이 오늘도 다르푸르에선 생명들이 스러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