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오랜 시간 기다려주다가… 기쁜데 왜 눈물이 나지? 에이, 민망해. 정말 열심히 했는데….”
김영(27)이 미LPGA 투어 코닝클래식에서 우승(상금 19만5000달러)한 뒤 인터뷰 도중 눈물을 쏟고 말았다. 지난해 말, 7년 동안 후원을 해주던 신세계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고 외톨이가 됐던 설움이 복받친 듯했다. 김영이 쓰고 있던 모자에는 스폰서 로고 대신 선글라스가 얹혀 있었다.
김영이 28일 미 뉴욕주 코닝골프장(파72·6188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타를 줄여 합계 20언더파로 우승컵을 안았다. 막판까지 추격전을 펼친 공동 2위(-17) 김미현·폴라 크리머(미국)와 3타차. 2003년 투어 진출 이후 103개 대회 만의 첫 우승이다.
크리머·베스 베이더(미국)와 공동 선두로 출발한 김영은 8번~9번홀(이상 파4)의 잇단 보기로 김미현·크리머에게 선두를 빼앗겼으나 14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핀 30㎝ 옆에 붙여 버디를 잡아내면서 승기를 잡았다. 김미현과 크리머는 같은 홀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무너졌고, 김영은 17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옆 60㎝에 떨어뜨려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김영은 강원도 춘천 봉의초등학교에서 농구를 하다가 5학년 때인 1990년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강원체고 3학년이던 1997년 일본문부상배 전국중고학생 골프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듬해 프로로 데뷔한 김영은 1999년 제13회 한국여자오픈에서 박세리·낸시 로페즈 등 우승 후보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고, 같은 해 12월 신세계와 연간 1억2000만원의 후원 계약을 맺었다.
2002년엔 미L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에서 공동 4위를 기록하면서 투어 풀시드(전 경기 출전권)를 획득해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 세 차례, 브리티시여자오픈 두 차례 등 메이저대회에서만 여섯 번이나 ‘톱 10’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우승 기회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LPGA투어에 진출한 선·후배들의 승전보가 잇따르면서 마음 고생은 더욱 심해졌다. 급기야 지난해 말 ‘4년간 LPGA 투어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선수’라는 이유로 스폰서마저 떨어져 나갔다.
“잃을 것 다 잃었으니 이젠 자신 있게 해보자고 마음 먹었어요. 저도 이제 A급 선수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요? 제 우승 기사 좀 빵빵 띄워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