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현실이 됐다. 27일(현지 시각) 막을 내린 제60회 칸 영화제 시상식에서 전도연은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한국 배우가 세계 최고 권위로 인정 받는 칸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아시아 여배우로는 2004년의 ‘클린’의 장만옥(올해 칸 심사위원) 이후 사상 두 번째다.

벅찬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무대에 오른 전도연은 “봉수아”라는 프랑스어로 인사한 뒤 “믿기지 않는다”는 말로 운을 떼었다. 그는 “훌륭한 작품, 훌륭한 여배우가 많은데, 과연 그들을 대신해서 받을 자격이 있는 지 모르겠다”며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또 “저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을 이창동 감독이 가능하게 했다”면서 “송강호 오빠가 영화 속 신애라는 인물을 완전하게 했다.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인사했다. 이 순간 송강호는 객석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인사해 따뜻한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이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정말로 감사드린다”는 말로 수상 소감을 맺었다.

베니스와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를 통틀어도 한국 여배우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강수연(씨받이·베니스 1987)의 최초 수상 이후 무려 20년 만의 일. 문소리는 신인연기상(오아시스·베니스 2002)을 받은 바 있다.

뉴욕타임스가 시상식 전날 ‘유력 후보’라며 극찬하는 등 전도연의 연기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의 언론에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박수가 쏟아졌지만, 수상까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올해 칸 경쟁부문에는 루마니아의 아나마리아 마린카(4개월, 3주 그리고 2일), 러시아의 갈리나 비슈네브스카야(알렉산드라) 등 유난히 여배우들의 탁월한 성취가 돋보이는 작품이 많았기 때문이다.

부산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시상식에 참가한 뒤 “아시아의 배우가 칸에서 연기상을 받았다는 것은 정말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면서 “장만옥의 경우도 프랑스 감독이 연출하고 영어로 대사를 한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전도연의 수상은 더욱 반갑다”고 기뻐했다.

전도연의 영광은 이제 세계 영화계가 한국영화의 ‘작품’뿐만 아니라 한국영화의 ‘배우’에도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2000년대 이후 임권택(취화선·칸 2002), 이창동(오아시스·베니스 2002) 김기덕(사마리아·베를린, 빈집·베니스 2004) 박찬욱(올드보이·칸 2004) 감독이 세계 3대 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심사위원대상 등을 거머쥐며 성취를 거듭해왔지만, 영화의 꽃인 배우에게 주연상이 돌아간 적은 없었다.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독재정권 시절의 불법 낙태문제를 섬세하게 조명한 루마니아 크리스티안 문쥬(Munjiu) 감독의 ‘4개월, 3주, 그리고 2일’에게 돌아갔다. 또 영화학교 학생들의 졸업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진출했던 홍성훈 감독의 ‘만남’은 이 부문에서 공동 3등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