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주자들이 24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대거 참석해 ‘불심(佛心) 잡기’ 경쟁을 벌였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열린우리당의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은 법요식 내빈석에 나란히 앉았으나 이렇다 할 대화는 없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사이에 앉은 정 전 의장이 두 사람에게 “자리를 바꿔 드릴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두 사람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서먹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날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봉축사에서 “위장된 탐욕으로 권력이 된 보수, 무모한 분노를 의로움이라 부르짖는 진보, 사견을 최고의 기준이라 내세우며 겸양할 줄 모르는 지식인, 이들이 바로 진보한 인류의 지혜로운 전통을 훼손하는 후진의 무리들”이라고 말했다.

▲각 정당의 대선 예비주자들이 석가탄신일인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합장하고 있다. 맨 왼쪽부터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천정배 의원.

이 전 시장은 조계사 법요식에 이어 대구 팔공산의 동화사를 방문, 허운 주지스님과 40여분간 환담했다. 허운 스님은 “이 전 시장의 강력한 업무추진 스타일이 돌아가신 법장 스님과 닮았다”고 했고, 이 전 시장은 종교간 화합을 화제에 올렸다. 이 전 시장은 동화사에 모인 신도들에게 “부처님의 자비와 광명이 함께하시길 빈다. 모두 성불하십시오”라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은 앞서 대구 시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선 “대선주자 검증은 당에 맡겨야 하며 검증은 철저할수록 좋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조계사에서 기자들에게 “부처님은 일생을 정도와 진리에서 떠나지 않는 삶을 사셨다. 부처님의 일생 자체가 설법이라는 글을 감명 깊게 읽었다”며 “부처님의 삶을 본받아 진리에서 떠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말했다. 조계사에서 특히 박 전 대표에게 악수를 청하는 여성 신도들이 몰리자, 정동영 전 의장은 “스타는 확실히 박 전 대표”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조계사에서 여의도 캠프로 자리를 옮겨 측근 의원들과 함께 3시간 가까이 마라톤 회의에 참석했다.

김근태 전 의장은 이날 “심각한 양극화를 극복하는 부처님 오신 날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고, 정 전 의장은 “부처님의 자비가 온 누리에 퍼져 모든 분들이 성불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지사는 “융화동진(融和同進, 모두 화합해 함께 전진한다는 의미)의 뜻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