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에 내리쬔 칸의 햇볕은 따사로웠다.
‘Secret Sunshine’이란 영어제목으로 소개된 이창동 감독의 ‘밀양(密陽)’이 24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기자회견과 공식상영을 가졌다. 2000년 ‘박하사탕’으로 감독 주간에 뽑혀 칸을 찾은 적은 있지만,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 감독은 “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경쟁’을 싫어해서 그런 자리면 빠지곤 했다”고 농담을 던지면서 “대단히 영광스럽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칸에서의 상영일과 같은 날인 24일 한국 개봉한 ‘밀양’은 인간과 신에 배신 당한 여인 신애(전도연)의 고통을 통해 삶의 의미를 질문하는 드라마. 외신기자들로부터는 ‘기독교’와 ‘반(反)종교’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 이 감독은 “종교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인간에 관한 영화”라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안에서 고통의 의미를 묻고, 그 고통의 치유과정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올해 경쟁부문에 두 편의 한국영화가 초청 받은 데 대한 의미를 묻는 덴마크 기자의 질문에는 “본질적으로 영화는 국적이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창조적 정신이 중요한 것”이라면서도 “한국에서 영화하는 사람들의 활기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배우에 대한 질문은 지중해 햇살만큼이나 따뜻했다. 프랑스의 라디오채널인 ‘라디오 RTL’의 스테판 부사크(Boudsacq) 기자는 “지금까지 본 경쟁부문 영화들 중에 ‘밀양’ 여주인공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라며 이례적으로 배우에 대한 칭찬을 감추지 않았다.
전도연은 “‘밀양’이 10편째 영화인데, 작품을 마치고 나서 마치 신인으로 돌아간 것 같은 큰 에너지를 얻었다”면서 “내게는 이 부분이 가장 큰 보람이고 성취”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송강호는 “한국에서 전도연의 연기에 대해 ‘전무후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앞으로는 그런 연기를 볼 수 없다는 뜻 아니냐. 내가 말을 실수한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22편 중 18편이 베일을 벗은 올해 칸의 경쟁부문에서 미국 코엔 형제의 ‘노인에게 나라는 없다’, 루마니아 크리스티안 뮨쥬 감독의 ‘4개월, 3주, 그리고 이틀’, 미국·프랑스 공동제작영화인 줄리앙 슈나벨 감독의 ‘잠수종과 나비’ 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스크린’이나 ‘르 필름 프랑세’ 등 현지 영화제 소식지의 평점에서도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김기덕 감독의 ‘숨’은 중위권. 이날 공식상영을 가진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 대한 평균 평점은 다음 날인 25일 공개된다. 전날 미리 영화를 본 ‘스크린’의 한 프랑스 평점 위원은 ‘밀양’에 대해 4점 만점에 4점을 주기도 했다. 물론 영화제 공식 심사위원들의 최종 결정과는 전혀 관련 없는 평론가들의 평가지만, 경쟁부문 작품에 대한 분위기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한 지표로 쓰이고 있다. 황금종려상은 폐막일인 27일 그 주인이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