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끝난 제18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힘겹게 남녀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최소한 2~3개 이상의 금메달을 획득해온 남자팀이 8개의 금메달 중 겨우 1개를 따내는 등 사상 최악의 성적을 내면서 종주국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 총 16체급(남녀 8체급씩)이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남자가 금1·은1·동4, 여자는 금3·은3을 따내는 데 그쳤다. 남자는 대회 3연패를 달성한 핀급 최연호(국군체육부대)만이 정상에 올랐을 뿐 나머지 7개의 금메달은 스페인·미국·말리·대만·쿠바·크로아티아·터키가 1개씩 가져갔다. 여자부는 애당초 종합우승이 불투명했다. 여자 태권도는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금1·동1 획득에 그쳐 금메달 2개를 따낸 중국에 이미 세계 최강자리를 내줬다. 이번에도 대회 마지막 날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중국(금2 동1)을 간신히 제치고 체면치레를 했다.
한국 태권도 위상이 이처럼 추락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은 세계 각지에서 한국 지도자들이 길러낸 외국 선수들의 기량이 평준화됐다는 것이 첫째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 남자의 경우 세대교체 중에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내세운다. 실제로 이번 대표 선수들 중 2005년 스페인 마드리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는 페더급의 송명섭(경희대)과 웰터급의 장창하(한국가스공사)뿐이었다.
하지만 도하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치였던 윤상화 용인대 태권도학과 교수는 “남녀 모두 외국 선수들에 대한 전력 분석이 미비했고, 합숙훈련 기간도 짧았다”며 한국 태권도계의 안이함을 지적했다. 대표 선발전의 기준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받아차기 등 점수 획득에 유리한 수동적 기술에만 능한 한국 선수들이 뛰어난 체력에 다양한 기술로 공격적인 경기를 하는 외국 선수들에게 점차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국내 태권도 단체들이 공인 단증 발급 등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면서 정작 경기력 향상과 선수들의 체계적 관리는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