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가들이 국제미술시장에서 고속 행진을 하고 있다. 뉴욕 경매시장에 진출한 지 1년 만에 인기 작가들의 낙찰가격이 2~3배 올랐고, 이제 ‘아시아세일’로 분류되지 않고 서양작가들과 함께 일반 ‘현대미술(Contemporary Art)세일’에 분류되기 시작했다.
뉴욕 소더비에서 16일(현지시각) 열린 ‘현대미술경매’에서는 원로 추상화가 이우환(71)의 ‘점으로부터’(161×130㎝·1978)가 194만4000달러(약18억 원)에 낙찰됐다. 한국 생존작가로는 국내외 경매를 통틀어 최고기록이다.
추정가(40만~60만 달러)보다 3~4배 높게 팔린 것이고, 같은 경매(현대미술 데이세일)에 나온 530점 중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었다. 이우환은 서울옥션이 국내 주요작가들을 분석한 자료에서 지난 5년 동안 가격상승률이 가장 높다. 가격변동지수가 2001년을 100으로 했을 때 2006년 5월 기준으로 297이다. 국내 경매 최고가격은 지난 3월 K옥션에서 판매된 ‘선으로부터’(1979)로 5억6000만원이었다.
최병식 경희대 미대 교수는 “이우환은 한국을 떠나 범아시아적 동양철학에 바탕을 둔 작품을 해서 국제적 입지가 단단하다. 국내외에서 그의 작품 가격이 오르는 것은 우리미술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좋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이제 국내 작가들의 스타성을 평가할 때는 해외에서 어떻게 거래 되는가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물방울 작가’ 김창열과 ‘소나무 사진가’ 배병우도 이번에 함께 경매됐다. 국내에서 3000만~6000만원에 거래되는 배병우의 경우 이번에 나온 사진(160×200㎝)이 13만2000달러(1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한국현대미술은 2004년 가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 나가면서 본격적으로 국제경매에 진출했다. 작년 3월 뉴욕에서 처음으로 ‘아시아현대미술경매’가 열렸을 때 이우환의 ‘무제’(1982)가 16만8000달러(당시 환율로 1억7000만원), 배병우의 소나무사진이 4만8000달러(4800만원)에 팔려 화제였는데 1년 만에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이학준 서울옥션 전무는 “한국현대미술이 더 이상 변방이 아니라 주류에 편입되어 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달 27일 있을 홍콩 크리스티 아시아현대미술 경매에도 백남준 전광영 배병우 최우람 홍경택 등 25명의 작품 40점이 출품된다. 작가 수로 볼 때 지금까지 중 가장 많아 또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우리 미술 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표미선 표화랑 대표는 “이번 이우환의 경우는 이해가 안될 정도로 너무 심하게 비싼 가격에 낙찰됐다. 한국 현대미술 위상이 올랐다고 기뻐할 단계는 아니다. 너무 급하게 시장이 과열되는 것은 작가들에게도 미술계에도 좋지 않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