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학교’에 오는 엄마들에게 아이 기르느라 수고했다고 꽃방석에 앉혀드려요. 꽃방석은 아이들처럼 다 다른 모습이지요. 또 뒤집으면 작은 꽃봉오리가 있기도 하고, 개구리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해요. 대부분은 꽃봉오리입니다. 봉오리는 아이를 상징해요. 앞으로 활짝 필 꽃이에요. 아이가 부족하다 여겨져 안타까우신가요? 아직 봉오리입니다.
첫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학년 초,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발표력이 없다며 걱정을 하셨어요. “발표만 시키면 아이가 모깃소리를 내요.” 모기처럼 앵앵거리는 것이 아니라 모기만큼 작은 소리를 내서 귀 기울여도 도저히 그 뜻을 알아차릴 수 없다는 말씀이셨어요.
“학교에서 말하기 듣기 배우잖아요. 잘 부탁합니다. 저도 집중하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렸어요. 모깃소리라는 말을 듣고도 놀라지 않아서 선생님께 내 뜻을 잘 전할 수 있었지요. 걱정하지 않았어요. 부족하므로 학교에 다니잖아요. 그걸 배우려고요.
아이와 손 잡고 집으로 오며 아이의 좋은 점을 찾아봤어요. 이렇게 건강하고, 인사 잘 하고, 학교 잘 다니고, 품성 좋고…. ‘발표력만 문제구나!’ 라고 여기니 훨씬 여유로운 가운데 문제를 대할 수 있었어요. 또 ‘이건 3년짜리 프로젝트다, 3년 뒤엔 나아지겠지’ 했어요. 30여 명을 가르치는 선생님께 전적으로 의지할 수는 없었어요. 편애하여 내 아이만 돌보실 수는 없잖아요. 선생님께 집중하겠다고 약속한 대로 아이가 내게 무슨 말을 하면 등 뒤로 듣기도 하던 버릇을 고쳐 아이를 바로 보았어요. 차차 큰 소리로 말하게도 시키고, 바로 서서 말하게도, TV 옆에서 발표하듯 말하도록 했지요. 아이가 못해도 화나지 않았어요. 3년 뒤엔 좋아질 아이가 내 앞에 있잖아요. 다음 해에도 담임선생님께 발표력 부족이란 판단을 받았지만 모깃소리는 없었어요. 조금은 나아진 거지요. 학교에서 잘 배우니 3학년엔 활달해졌고, 4학년엔 학급 임원이 되었어요. 5학년엔 연극을 하며 무대에 섰고, 중학생이 되어서는 전교 회장선거 유세를 하기도 했어요. 고1에는 여의도 광장에서 세계 청소년축제 개막선언을 하는 학생이 되었지요. 모깃소리는 더 이상 상상할 수 없었어요.
어린 아이, 지금의 모습이 완성된 모습이 아닙니다. 그래서 키우는 재미가 있어요. 아이는 연속극처럼 날마다 크는 것을 보여주는 요술단지입니다. 푸른 오월, 최고의 선물은 아이 자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