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단이 또 하나의 ‘100쇄 문학 작품’ 탄생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오는 20일로 100쇄 인쇄 기록을 돌파하는 안도현 (46·우석대 문창과 교수)시인의 우화소설 ‘연어’가 그 주인공이다. ‘연어’는 1996년 3월 첫선을 보인 이래 11년 2개월간 한 번에 평균 7000여부씩 찍으며 쇄를 거듭한 끝에 ‘100쇄’라는 새로운 금자탑을 쌓아 올린다. 99쇄를 찍은 현재까지 누적 판매 부수는 71만9000부. 이로써 ‘연어’는 최인훈의 ‘광장’,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박경리의 ‘토지’, 조정래의 ‘태백산맥’ 등 이미 100쇄(‘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200쇄 돌파) 고지를 넘은 작품들과 함께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스테디셀러 대열에 당당히 합류하게 됐다.
11일 전주에서 만난 안 시인은 ‘연어’ 탄생의 뒷얘기를 들려줬다. “1985년 중학교 교사로 발령 받았을 때의 일입니다. 1학년 학생들이 무엇을 읽나 궁금해서 조사했더니, 한결같이 성인들이나 읽을 수 있는 어려운 소설들을 보고 있었어요. 몇 달 전에는 동화만 읽던 아이들이 중학생 됐다고 갑자기 소설을 읽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이더군요.” 그는 “우리에게도 ‘어린왕자’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처럼 중·고생들이 읽을만한 책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연어’를 발표할 당시 안 시인은 성공을 자신하지 못했다. “에세이와 시, 소설이 합쳐진 ‘연어’는 당시 독자들에게 아주 생소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초판을 겨우 3000부밖에 찍지 못했어요.”
‘연어’에는 몇 가지 재미있는 기록이 있다. 독자들의 꾸준한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출판사가 매번 3000~5000부씩 찔끔찔끔 찍는 바람에 첫 해 팔려나간 14만부를 20쇄로 나누어 찍었다. 70만부를 훌쩍 넘는 판매기록을 올렸지만 11년에 걸쳐 쌓은 기록이라 한 번도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지 못한 것도 ‘연어’의 독특한 이력이다.
문학·출판계는 연어 100쇄 출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 책을 출판한 문학동네 출판사와 인터넷 서점 인터파크 도서는 오는 25일 오후 8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연어 100쇄 출간 기념 콘서트’를 개최한다. 어린이를 위해 그림동화 형식으로 새로 쓴 ‘어린이 연어’와 만화로 제작한 ‘만화 연어’도 선보인다. 출판사측에서는 연어를 추천도서로 선정해 학생들에게 읽히고 있는 전국 중·고교 100곳을 추첨으로 선정해 각 학교당 100만원 상당의 우수도서를 기증할 계획이다. 작가와 출판사는 이번 100쇄의 작가 인세와 출판사 이익금 전액을 공익재단에 기부한다.
안 시인은 ‘연어’ 속편의 발간 계획과 내용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전편 ‘연어’는 자기가 태어난 하천으로 회귀해 알을 낳고 죽는 이야기잖아요? 속편은 그 알에서 나온 새끼 연어들이 바다로 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립니다.” 안 시인은 “특히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을 집중적이고도 감동적으로 묘사하겠다”고 밝혔다. “민물의 벽을 넘어 바다로 나가야 어른 연어가 되듯, 우리 아이들도 학교의 보호와 부모의 품을 떠나 세상의 바다로 나가야 합니다. 그들에게 용기를 주는 이야기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