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6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의(辭意)를 밝혔다. 그 직전 국회에서 국민연금법이 부결될 때, “유시민 장관이 추진한 법안이라 기권했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나오자 책임을 지겠다며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유 장관의 거취는 그만두는 것도 아니고 재신임을 받은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9일 사표 수리를 유보한다고 한 뒤, 가타부타 별 말이 없다. 국민연금법 재처리 때문에 유 장관을 유임시킨 것도 아니다. 청와대는 이 문제를 한덕수 총리에게 맡기겠다고 했었다.
오히려 그 사이 유 장관의 정치 발언 빈도와 정치권 접촉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작년 1월 장관 임명 후 가급적 정치현안에서 비켜서 있는 듯했던 유 장관이었지만, 사의 표명 후에는 스스로 그런 벽을 허문 것 같다는 게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유 장관이 최근 여권 중진들을 만나 “(당을) 떠날 분들은 떠나라”고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유 장관이 정치의 세계에 다시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딘 듯한 느낌이다.
이처럼 ‘장관 유시민’과 ‘정치인 유시민’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는 듯한 상황인데도, 청와대는 여전히 “거취에 대해 논의된 것이 없다”고만 하고 있다. 당(黨) 해체 주장까지 나오는 열린우리당 상황 때문에 노 대통령이 유 장관의 당 복귀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노 대통령의 유 장관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노 대통령이 친노(親盧) 진영의 유력 대선 주자로 유 장관을 점찍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문제는 그가 국민의 보건복지 분야를 책임지는 장관이라는 점이다. 그에 대한 정치적 고려는 일단 장관직 거취 문제를 매듭지은 뒤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