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골에 야생(野生) 반달가슴곰이 산다”는 소문이 차츰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민간인통제선 구역 내 깊은 산속에서 발견된 야생동물의 배설물이 반달곰의 것이란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강원도 일대에서는 그동안 군인과 산나물 채취에 나선 주민의 입을 통해 야생곰이 산다는 소문이 떠돌았지만, 서식 물증이 실제로 제시된 적은 없었다.
서울대 신남식 교수(수의학부)팀은 강원도 양구군 일대 민통선 구역 안에서 반달곰의 것으로 보이는 배설물(똥) 사진을 찍은 뒤, 지난달 말 환경부에 이 같은 사실을 공식 보고했다. 신 교수팀은 작년 5월부터 환경부 의뢰로 강원도 화천과 양구, 인제 등지의 민통선 일대에서 표범과 스라소니, 반달곰, 여우, 사향노루 등 5대 멸종위기종의 서식 현황을 1년 동안 조사해왔다.
연구팀이 제시한 여러 장의 사진을 분석한 관련 전문가들은 “반달곰의 것이 확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상훈 박사(전 지리산 반달곰관리팀장)는 11일 “배설물이 발견된 장소는 그동안 곰 목격담이 나왔던 곳과 동일한 지역”이라며 “사진에 찍힌 배설물의 굵기와 크기, 모양에서 반달곰 배설물이라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포유류 전문가인 한성용 박사도 “반달곰 외에 다른 동물의 것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야생 반달곰은 2001년과 2002년 지리산 대성골에서 무인 카메라에 찍힌 데 이어, 2005년엔 철원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군부대의 야간 감시장비(TOD)로 촬영된 바 있다. 이로써 국내 야생 반달곰의 서식처로 확인된 곳이 세 곳으로 늘어났다. 한성용 박사는 “곰 같은 대형동물이 DMZ의 철책선을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번에 발견된 반달곰은 DMZ 안의 곰과는 다른 개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팀은 현장조사 당시 야생동물이 드나들 만한 곳에 100대의 무인 카메라를 설치했지만, 반달곰을 포함한 다른 멸종위기종의 모습을 담는 데는 실패했다. 환경부는 신 교수팀으로부터 곧 최종 연구결과 보고서를 제출 받아, 반달곰의 배설물 사진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